[21세기리더] 소니 엔터테인먼트 사장 구다라기 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디오게임에 인생을 건 사나이. 컴퓨터 엔지니어. 그리고 디지털 사고 (思考)…. 세계 최대의 전자업체인 일본 소니사의 핵심 부문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를 이끄는 구다라기 겐 (久良木健.48) 사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내에서 소니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그에 대한 외부 평가는 한 수 더 뜬다.

일본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나아가 21세기 디지털세계를 주도할 인물로 불린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 가 최신호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이끌 50인의 지도자 중 한명으로 그를 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세계 게임기 시장을 휘어잡은 '플레이스테이션' 을 만든 장본인이다.

94년 첫선을 보인 플레이스테이션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5천5백만대가 팔렸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4억3천만개가 팔렸다.

플레이스테이션은 90년대 들어 적자에 허덕이던 소니가 98년 순익만 2천2백여억엔 (약 2조2천억원) 을 내며 흑자로 돌아서도록 회생시켰다.

요즈음 그는 지난 96년부터 연구 중인 후속타 '플레이스테이션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개월 후면 공개될 플레이스테이션Ⅱ를 통해 게임비디오의 선명도.입체감을 한차원 높이고 스크린을 통한 영화관 수준의 음악감상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그는 사내에서 직언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건설적인 비판이 용인돼 일본 내에서 가장 미국적인 기업이라는 소니. 이런 문화 속에서도 그의 바른말은 때때로 지나치다고 비판받을 정도다.

그러나 그 비판은 적을 만들기보다 개혁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이사 시절 "소니가 기업가정신, 즉 도전정신을 잃었으며 대기업 병을 앓고 있다" 며 경영진을 싸잡아 비판한 것은 유명한 일화. 당시 경영진은 그의 직언을 받아들여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 (R&D) 비중을 높이고 미국 IBM과 제휴하는 등 강도높은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내 다른 기업들도 너도 나도 소니의 도전정신을 배우자며 법석을 떨었다.

어린 시절 그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다.

10세를 전후한 무렵부터 장난감 개발에 빠졌다.

중학교 때는 스쿠터를 분리해 짐수레를 만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학에서 전자를 전공한 그가 75년 소니를 택한 유일한 이유는 개인의 창의성을 가장 잘 보장해주는 일본 기업이라는 게 그 이유.

입사후 그는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마비카 카메라.각종 오디오 시스템 등 연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마침내 '플레이스테이션' 을 만들어냈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