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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씨 금강산 7박8일 미술기행 답사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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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선 후기 정선 (鄭敾)에서 20세기 변관식 (卞寬植)에 이르기까지 우리 화가들이 즐겨 그림의 소재로 삼았던 금강산. 지난해 11월 금강호 출항과 함께 꿈에 그리던 이 명산에 스케치 여행을 다녀오는 작가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올 하반기부터 금강산 그림전이 활발히 열릴 예정이다.

미술계의 이러한 '금강산 특수' 에 한발 앞서 지난해 8월 7박8일 간의 미술 기행을 다녀온 강요배 (47) 씨가 15일부터 아트스페이스서울 (02 - 720 - 1524)에서 금강산 그림 30여점으로 '보고회' 를 연다.

관광이 아닌 그림 그리기를 목적으로 한 금강산 답사 결과 개인전을 여는 것은 그가 1호다.

강씨는 제주 4.3항쟁을 형상화한 연작 '동백꽃 지다' 등을 발표한 '제주의 화가' 면서 80년대 대표적 민중미술 계열의 작가로 꼽힌다.

그는 꾸준히 시도해온 서양화 기법과 전통 산수의 형식을 융화시킨 풍경화 작업의 한 성과를 이번에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그는 내금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양사에 오르고 해금강에 들어가는 여정을 허가받고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서 겸재와 단원의 금강산도를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다.

'정양사망 (望) 내금강경' 과 '해금강' '내금강 백석 - 구담' 등이 그 행운의 산물이다.

이밖에 '삼선암' 과 한 마디로 '시원 - 하다' 는 느낌으로 와닿는 '비봉폭'

'구룡폭 Ⅰ.Ⅱ' 등이 특히 눈길이 가는 작품들. 얼른 느낄 수 있는 특색은 발색과 붓질에서 우러나는 서양화 특유의 세련된 푸근함과 질박함. 하지만 이번 강씨의 작품이 갖는 의의는 여행에 동행했던 미술평론가 전남대 이태호 교수가 "겸재와 단원.소정의 예술적 성과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강요배식 풍경화의 모색이 두드러져 있다" 고 평한 데 있다.

바로 근경에 물체를 배치하고 그 위로 중심대상을 자리잡는 화면 구도와 '기운생동' 이 느껴지는 속도감 있는 필체, 주제의 대담한 부각 등이 그것.

비록 그는 "그 맑고 고운 기운은 이제 현실의 안개와 홍진 (紅塵)에 휩싸여 꿈 속에 두고 온 듯 아득하기만 하다" 는 탄식을 하고 있지만, 그 맑고 고운 기운은 '금강초롱' '구절초' 등 들꽃 그림을 비롯해 그가 담아낸 금강산 모습 곳곳에 뚜렷하다.

30일까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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