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유명패션쇼 작품 하루면 '뚝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밀리오레 3층 '문군내' 점포에 가면 회오리 모양의 문신 티셔츠가 눈길을 끈다. 주인은 "몸에 문신을 새기고 싶은 심리를 대리 충족 시켜주는 티셔츠를 1만원대로 싸게 파는 것이 튀는 10대 한테 인기 끄는 요인" 이라고 말한다.

이곳엔 부적 스커트도 있다. 검은 바탕에 빨간 문양을 가로 새겨 샤머니즘적인 인상이 강렬하다.

숙녀복을 파는 '셜리' 에 가면 무채색 톤의 단아한 스커트와 니트 티셔츠가 전위적인 스타일로 시선을 끈다. 이곳 인기 상품은 흰색 망을 밑부분에 한단 더 댄 스커트.

모양새가 중세 유럽 귀부인풍으로 발레리나가 되고 픈 젊은 여성들을 유혹한다. 발길을 돌리면 죽음을 주제로한 모자.의류.액세서리를 파는 '데드 (DEAD)' 매장도 눈에 띈다. 어른들은 이곳을 지나치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나 음침한 검은 색을 바탕으로 의류.모자.액세서리를 파는 이곳은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오래 된 낡은 청바지에 페인트가 묻은 상품만을 취급하는 매장도 보인다. 더 너덜너덜 할수록, 더 페인트가 묻어 있을 수록 비싸게 판다. 보통 청바지보다 50% 비싼 4만원에 팔아도 불티나게 팔린다.

주인 김원용 (33) 씨는 "낡은 청바지와 대조적으로 반짝이는 액세서리가 붙은 화려한 윗도리를 걸치는게 최근의 유행" 이라고 귀띔한다.

'발레리나에서 거지 패션까지' 이곳의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남과 다른 것을 살수록 그들의 욕구는 충족된다. 요즘 이곳 액세서리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누드 목걸이. 탤런트 김혜수씨가 착용해 더 화제가 된 이 목걸이는 낚시줄이나 피아노줄을 사용해 다이아몬드 알만 눈에 확 들어 온다.

두산타워도 마찬가지. 지하2층에는 액세서리를 손수 제작하는 'DIY' 매장이 있다. 매장에서 머리띠와 핀 등을 골라 그 자리에서 직접 나만의 패션용품을 만든다. 내 스타일을 창조하면서 나만의 욕구를 충족하는 셈. 이들 재료는 낱개에 2백~5백원 밖에 안된다는 점도 동대문 상가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밀리오레 상가운영위원회의 박인갑 (朴仁甲) 이사는 "소비자가 각자 개성에 맞는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하기 때문에 일부 디자이너들은 거꾸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튀는 패션을 눈여겨 보고 다음 상품 제작에 활용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따라서 동대문은 자녀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선 부모들에겐 너무 튀어 딱히 살 옷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동대문은 이제 이같은 어른들의 불평을 아랑곳하지 않은지 오래다.

부모들을 위한 공간으로는 인근에 흥인시장을 비롯 평화.신평화.동평화.남평화.청평화.제일평화시장, 동대문종합시장, 통일상가, 덕운, 광희시장 등 13개나 되는 재래시장이 있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