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의혹 커지는 '조폐공 파업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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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 유도' 발언 파문과 관련,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국조폐공사 노조를 자극해 강경대응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노조를 결정적으로 자극했던 사안은 지난해 10월 2일 공사측의 "옥천조폐창을 99년 3월까지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한다" 는 갑작스러운 발표. 당시 노조는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4개 조폐창 지부 중 핵심 역량인 옥천조폐창을 무력화하려는 의도" 라며 거세게 반발, 공사의 직장폐쇄 철회와 노조의 업무 복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노사분규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공사측은 "노조가 임금 삭감을 거부해 구조조정 차원의 조폐창 통폐합이 불가피했다" 고 설명했지만 굳이 옥천조폐창을 통폐합한 것은 '노조 자극' 을 위한 계산된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비켜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사측 스스로가 옥천조폐창 통폐합에 줄곧 반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가 지난해 6월 기획예산위원회에 제출한 '경영혁신안에 대한 검토 의견' 에 따르면 공사는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하는 데 강력히 반대했다.

공사 의뢰로 이미 94년 외부 전문기관이 끝낸 경영진단 결과 역시 옥천조폐창의 통폐합에 극히 부정적이었다.

본사 취재팀이 입수한 한국산업경제연구원 김용갑 (金容甲) 박사 연구팀의 '조폐창 통폐합 타당성 분석 결과' 에 따르면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은 모두 일곱가지의 가능한 조폐창 통폐합 방안 가운데 두번째로 좋지 않은 '차악 (次惡) 의 안' 으로 결론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의 통폐합 강행이 '노조 자극' 을 위한 졸속 구조조정이었다는 이같은 의혹은 지난 3월 박원순 변호사.김윤자 한신대 교수.김도형 변호사.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장 등 4명으로 구성된 '한국조폐공사 옥천조폐창 폐쇄 진상조사단' 이 발표한 보고서에도 그대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조폐공사 노조 김행림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18일 검찰에서 공안대책협의회 회의가 열린 뒤 24일 갑자기 이사회가 소집돼 옥천조폐창 폐쇄를 결정했으며 12월 말 면담 당시 강희복 사장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에서 모두 결정된 내용' 이라고 거듭 말했다" 며 '외압 의혹' 을 거듭 제기했다.

최재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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