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퇴임식 가진 사시 8회의 뼈있는 퇴임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검찰내 '가장 막강한 기수' 로 꼽히던 사시 8회 검사장들이 8일 일제히 퇴임식을 갖고 30여년의 검사생활을 마감했다.

이들은 '옷 로비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못한 가운데 동기인 박순용 (朴舜用) 총장의 취임에 맞춰 우여곡절 끝에 검찰을 떠나게 된 탓인지 뼈 (?) 있는 한마디씩을 남기고 떠나갔다.

마지막까지 사표 제출을 거부, 검찰 인사의 진통을 초래했던 이재신 (李載侁) 수원지검장은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동기생 숫자가 많아 동반 퇴진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고 강조했다.

그는 "도둑이 있는 줄 몰랐으면 몰라도 옆에 있는 것을 알고 법률을 한 사람으로 인사원칙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그는 사표를 늦게 내는 바람에 동기중 남게 될 사람까지 물러나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그들 때문에 옷을 벗게 된 것이지 누가 누구 때문에 옷을 벗었단 말인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승복할 수 없다" 고 목청을 높였다.

안강민 (安剛民) 대검 형사부장은 "검찰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검찰의 중립성이나 신뢰회복에 기여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됐다" 고 아쉬워했다.

최경원 (崔慶元) 법무차관은 "아쉽거나 서운했던 일들은 망각의 바다로 띄워보내 달라" 며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가없는 산야 (山野)에 유유자적 훨훨 나는 학 (鶴) 처럼 자유스런 평상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는 말로 섭섭함을 달랬다.

이광수 (李光洙) 청주지검장은 "검찰이 사정을 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오해와 질책을 받고 있는 것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배들의 잘못에 있다" 며 "후배들은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말라" 고 말했다.

사회부.전국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