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 '설움 끝' 동국대 봄철리그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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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는 울었다. '설움의 세월' 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쳤다.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겉돌기만 했던 시간들,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더그아웃에 들어가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작전지시를 해야 했던 지난 1년이 우승의 감격을 북받쳐 오르게 했다.

동국대 한대화 감독. 감독 2년째지만 아직도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감독' 이라는 칭호가 낯설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전국대학야구봄철리그 우승은 야구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실패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좌절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새겼던 기억 때문이다.

우승이 결정되고 나서 그는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펑펑 울었다.

프로야구 타격왕 (90년) , 미스터 올스타 (88년) , 골든글러브 8회 수상, 그리고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해결사' 라는 별명. 무엇보다 지난 82년 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일본을 넉 아웃시켰던 결승 3점홈런의 이미지.

97년 12월 그는 화려했던 현역 인생을 마감하고 모교 동국대 감독으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아마야구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더그아웃 대신 관중석을 지켜야했고 지난해 송승준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에 실패하면서 학교 측에서도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했다.

자격증을 따내고 정식으로 더그아웃을 지키기 시작한 첫 대회. 그는 예선에서 1승2패의 탈락위기를 딛고 이후 5연승, 정상에 올랐다.

"이제 시작이죠. 우승 한번 했다고 지도자로 성공했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이제 자신감이 생겨요. " 그는 이제 스타플레이어 한대화는 없다고 말한다. '초보지도자' 한대화만이 있을 뿐이란다.

그리고 이번 우승이 그의 '초보' 딱지를 간신히 떼준 것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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