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용장 적용환율 돈줄땐 높고 받을땐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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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이 지난달 1일부터 수출업체가 납품업체에 개설하는 내국신용장의 적용환율을 종전 전신환 매입률보다 1.4%포인트 높은 매매기준율로 바꾼 이후 무역업계에 대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수출용 원자재 등 납품 대금을 매매기준율로 지급함에 따라 고스란히 1.4%의 손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섬유원단 수출업체인 J무역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는 전신환 매입률로 환전하는데 납품업체에는 매매기준율로 줘야 하기 때문에 가만 앉아서 연간 3억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고 말했다.

◇ 한은의 입장 = 한은이 내국신용장 적용환율을 바꾼 것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 1월부터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 환율이 매매기준율로 바뀐데 따른 것.

국세청은 하루에도 시간대마다 다르고 은행별로도 다른 전신환 매입률을 기준으로 매출액을 산정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매일 고정되는 매매기준율로 바꾼 것.

한은은 특히 이번 무역금융제도 개편에서 내국신용장을 종전의 '원화표시.외화부기' 한가지 방식에서 이번에는 ▶원화 ▶외화 ▶원화표시.외화 부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화했다고 강조했다.

한은 측은 "수출업체들은 납품업체와 협의해 표시통화를 원화 또는 외화중 하나로 선택하거나, 종전의 방식에서도 먼저 원화금액을 정하고 이를 매매기준율로 환산한 외화금액을 덧붙이면 문제가 없다" 고 밝혔다.

◇ 무역업계 주장 = ㈜대우 외환팀 관계자는 "내국신용장 결제를 대부분 달러표기.원화결제로 하는 상황에서 적용환율이 바뀌어 손해" 라며 "한은에 원상 회복시켜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 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은 내국신용장 표기와 결제를 원화 또는 달러로 할 수 있도록 자유화한 만큼 그렇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이는 거래관행 등 현실을 외면한 처사" 라고 주장했다.

무역업계는 내국신용장 표기.결제를 원화로만 할 경우에는 환위험이 생기고, 달러로 할 경우에는 같은 액수의 외화예금이 있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해결책은 없나 = 업계는 ▶부가세 신고 때 ▶수출대금 환전 때 ▶납품업체 결제 때의 적용환율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업계에서 새 제도를 이해하고 적응해 가면 문제가 없어질 것" 이라며 업계의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내국신용장을 개설하는 업체나 받는 업체가 모두 회원이기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나 업계가 이해해 주길 바라는 쪽이다.

이영렬.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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