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더를 막아라"…민주당 또 표 깎아먹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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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민주당이 네번째 대선에 뛰어든 시민운동가 랄프 네이더를 낙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각 여론조사에 나타난 네이더의 지지도는 2~3% 정도.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의 출마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네이더가 출마하면 주로 공화당보다 민주당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특히 양당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주(州)에선 그의 출마로 민주당이 아슬아슬하게 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럴 경우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공화당에 빼앗기게 돼 민주당으로선 그의 출마를 결사적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로 동원하는 방법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20일 보도했다. 수만명 지지자들의 서명을 내야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 텍사스.펜실베이니아 등 여러 주에서 네이더가 가짜 서명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주별로 선거 재판이 이뤄지는 까닭에 네이더는 현재 20여개 주에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또 박빙 지역이 아닌 자신들의 우세 지역에서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는 "재판을 통해 그의 돈과 에너지를 말리려는 전술"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대선 때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녹색당 후보로 나왔던 네이더는 당시 43개 주에서 출마할 수 있었다.

올 70세의 네이더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 운동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그는 31세 때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 제품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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