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꾼 취업 2억대 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상가 지게꾼의 프리미엄이 수천만원?

2000년 1월 서울 동대문시장 주변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던 K씨는 상가분양대행을 한다는 김모(52)씨에게서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1500만원을 내면 곧 완공될 N상가의 전담 지게꾼으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N상가의 경우 점포가 1500여개에 이른다. 분양대행 관계자는 "대형 상가에서 짐을 나르는 지게꾼들은 하루 평균 50만원을 번다"며 "N상가의 경우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상가의 경우 지게꾼이 일하기 위해 1억원까지 상가 관리회사에 보증금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지게꾼 K씨는 제안을 받자 주저하지 않고 은행에서 1500만원을 찾아 분양대행을 한다는 김씨에게 건넸다. 이런 수법에 넘어간 지게꾼이 K씨를 포함해 16명. 김씨는 한달 만에 2억4000만원을 손쉽게 거둬들였다.

김씨는 "분양이 돼야 당신들이 상가에서 빨리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돈을 분양 광고에 사용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일 김씨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상가분양과 관련한 권리가 없음에도 "투자하면 상가를 좋은 조건에 분양해주겠다"고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1995~2000년 송모씨 등 4명에게서 20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