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회 코소보평화안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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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이 드디어 고집을 꺾었다.

이에 따라 유고 전쟁은 나토군이 공습을 시작한지 70여일만에 평화적 해결의 길로 극적 선회하게 됐다.

완전한 종전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은 점점 결실을 보아가고 있다.

◇ 선회배경 =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평화안 수용가능성은 지난 2일 평화안을 의회에 상정할 때부터 점쳐졌다.

밀로셰비치가 이끄는 사회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밀로셰비치의 뜻이 곧 의회 표결 통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밀로셰비치는 지난 3월 23일 랑부예 평화회담에서 5개국 중재단이 제안한 평화안도 의회의 결의를 거쳐 거부한 적이 있다.

세르비아 의회는 이번 역시 압도적 찬성으로 평화안 수용을 의결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곧바로 유럽연합 특사인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특사와 최종 회담에 들어가 평화안을 받아들였다.

밀로셰비치가 이처럼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나토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국토가 초토화되고 경제가 파탄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번 평화회담이 실패로 끝날 경우 나토의 지상군 파병이 불가피하고,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정권유지가 어려운 만큼 우선 협상테이블에 나가 최대한 실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합의내용 =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평화안은 지난달 G8 (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이 합의한 평화안을 미국과 EU.러시아가 수정해 최종 정리한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이던 코소보 주둔 평화이행군 (KFOR)에는 나토군과 러시아군이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견을 보였던 평화이행군 지휘체계에 대해서도 공동지휘 통제아래 두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유고와 나토가 코소보 내 유고병력 철수 및 평화이행군 배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유엔안보리에 평화안 지지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 향후 전망 = 유고가 평화안을 수용했다고 나토 공습이 당장 중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평화안은 공습중단의 전제조건으로 유고가 코소보에서 "의미있고 입증 가능한" 병력 철수를 개시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된 이상 나토의 공습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실제로 나토는 서방과 러시아의 두 특사가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뒤 산발적인 공습을 하는데 그쳤다.

체르노미르딘 특사는 "이른 시일 내 나토 공습이 중단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토군 대표들이 코소보 평화안 이행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수일 내로 베오그라드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

일단 공습이 중단되면 5만명 규모의 평화이행군 병력이 코소보에 들어가 치안유지 및 난민 귀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난민의 귀환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한데다 코소보 자치권 문제를 둘러싸고 유고와 코소보해방군 (KLA) 사이의 마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나토와 러시아간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채인택.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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