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칭찬 일색인 각료 프로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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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는 개각과 재벌부인의 고위층 로비설, 그리고 3.30 재.보선에 관한 기사가 신문을 도배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사건을 보도할 때 기자는 정확한 사실보도 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보다 앞섰다고 보기 어렵다.

개각 예측 기사와 재벌부인의 로비설 및 국민회의의 재.보선 비용 50억원설 기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신문은 이를 쫓아가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이 특정 신문과 정보원 (情報源) 인 특정인 또는 정부기관 사이의 유착관계에서 나온 결과인지, 아니면 프로정신으로 무장된 기자의 끈질긴 취재결과인지 독자로선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신뢰도나 속보성의 면에서 뒤졌다는 점은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각 관련 기사에서 정부가 밝힌 세 가지 원칙, 즉 참신성.개혁성.전문성에 입각해 개각이 이뤄진 것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원칙에 어긋난 인물이 없지도 않아 여권 내부에서조차 무원칙한 인사라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신문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료들의 프로필은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한결같이 칭찬 일색으로 돼 있어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첫 출발하는 마당에 칭찬과 격려가 나쁠 것은 없지만, 마치 5공 시절 군 출신 각료들의 프로필에 지장 (智將).덕장 (德將).용장 (勇將) 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이들 대부분이 후일 권력형 비리나 부정축재 혐의로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끝내 신문 프로필의 신뢰를 떨어뜨렸던 것이 연상돼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재벌부인의 고급옷 로비설은 한국사회 지도층 부인들이 서민들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에 살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지도층 부인들이 밖으론 개혁을 외치면서 대통령 부인을 포함해 안으로는 서민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비싼 옷들을 걸치고 다니는 상황에서 국민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는지 크게 각성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뒤늦긴 했지만 중앙일보는 27일자 5개면, 28일자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로비설을 다차원적으로 보도, 많은 문제점들을 파헤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사의 기본인 대질신문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부분을 비판한 것 (27일자 3면) 과, 로비설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여야의 움직임에 관한 보도 (28일자 3면) 는 예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강룡 (金江龍) 사건의 축소.은폐에 이어 관계당국의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오히려 사법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과 이에 대한 처방의 제시가 미흡했다.

아울러 의류업계나 패션계 주변도 취재해 화제가 된 의상실 '라스포사' 의 업계내 위상과 이에 대한 패션계의 견해, 단골고객들의 구매행태.대금지불관행.고객관리방식 등을 독자들에게 알려주었더라면 기사 내용이 더 다양했을 것이다.

지난 3월 30일 실시된 안양.구로 지역 재.보선에서 50억원의 선거자금을 썼다는 국민회의 중진의 증언은 서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내용이었다.

정치를 잘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살포해 유권자의 표를 사려 한 행위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당시 부정선거 시비가 일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도 있으나 (4월 7일자 보도) 어느새 흐지부지돼 대통령의 조사지시가 마치 면죄부처럼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50억원설에 대한 보도는 대통령의 지시를 포함해 지난 선거의 속보 차원에서 그와 연관시켜 이뤄졌어야 했다.

심지연 경남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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