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회복 알리는 신호 … 22개월 만에 상승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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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호 26면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터진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도화선이었다. 미국 경제는 언제쯤 다시 좋아질까. 일단 금융시장에선 회복세가 뚜렷하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올 5월 7000선이 무너지는 약세를 면치 못했으나 최근 9800선까지 반등했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미국 자동차 판매

실물 경제지표도 조금씩 희망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이 22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이다.

자동차 판매는 제조업 전반의 경기 흐름을 읽는 잣대가 된다. 자동차 한 대에는 통상 2만~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따라서 철강·유리·타이어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완성차 공장에다 부품 공장까지 감안하면 고용 인력도 막대하다. 소비심리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웬만한 소비자가 자동차 한 대를 사려면 몇 달 월급을 털어야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오토데이터(www.motorintelligence.com)가 월별 자동차 판매량을 집계, 언론에 제공한다. 매달 1~2일이면 전달 통계가 나오기 때문에 속보성이 뛰어나다.

지난달에는 승용차가 72만7000대, 승합차와 소형 트럭은 53만5000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량은 126만2000대로 지난해 8월(125만 대)에 비해 1만2000대(1%) 많았다.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것은 200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현대차는 6만500대로 47%나 판매량이 늘었고, 기아차도 4만200대로 60% 신장하는 호조를 보였다.

오토데이터는 전달의 추세가 1년 내내 이어진다면 몇 대나 팔릴지를 계산한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뒤 연율로 환산한 수치다. 이런 식으로 지난달 판매량을 기준으로 올 한 해 판매량을 계산해보면 1409만 대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올 2월 연간 판매량 예상치가 917만 대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53%나 급증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데는 지난달 말로 종료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의 효과가 컸던 덕이다. 연비가 낮은 중고차를 고연비의 새 차로 바꿀 때 미국 정부가 최대 4500달러를 지원하는 제도였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이 사라지는 이달부터 자동차 판매가 다시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에선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월별 자동차 생산·판매 통계를 발표한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9만1500대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14% 감소한 14만1100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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