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육상소녀 세메냐 출국 직전 양성자 판별 테스트하고도 "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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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출신의 육상 소녀 카스터 세메냐가 지난달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하기 직전 남아공 체육 당국이 성별 판별 테스트를 거쳤고 여기서 양성자라는 판별이 나왔으나 이를 덮고 출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남아공 체육위원회(ASA) 간부들이 세메냐의 성별 테스트와 관련해 병원 측과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이 남아공 일간지 '메일 엔 가디언'지에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세메냐가 독일로 떠나기 전 성별 테스트를 실시한 ASA의 수석 의학 담당관 해럴드 애덤스가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세메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가 실시한 성별 판별에서 양성자인 것으로 드러나 금메달 박탈 여부에 전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덤스 박사는 ASA는 세메냐가 평소 목소리가 굵고 근육이 발달해 있고 얼굴에 수염도 나서 성별을 의심해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베를린 대회 개막 10일 전인 8월 5일에 성별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덤스 박사는 성별 검사를 실시한 프레토리아 병원 측으로부터 세메냐가 속한 남아공 육상팀이 베를린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달 10일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IAAF가 실시한 신체검사 결과 양성자로 판명됐다는 특종 보도를 하자 남아공 당국은 화를 내며 이미 출국 전에 성별 테스트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남아공 체육 장관은 흥분하 나머지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세메냐의 성별 문제로 IAAF가 주최하는 국제 대회에 참석이 금지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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