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복귀 의사부터 …” 미국 요구 먹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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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다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미 대표단의 평양 방문에 이어 한·중·일 등이 포함된 다자회담 등이 순차적으로 숨가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더 빨라질 듯=미 국무부는 이미 지난달 초 북한으로부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대한 초청장을 받아놓고도 평양 방문 시점 등에 대한 발표를 미뤄 왔다. 공식적으론 북·미 대화 여부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다른 6자회담 참여국인 한·중·일·러 등 관련국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데다 6자회담 재개 전에 북·미 양자대화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컸다. 그러나 북한의 다자회담 복귀 선언으로 오바마 정부의 부담은 확 줄었다. 미국은 북한과의 물밑 접촉에서 “북·미 대화 일정 발표 전에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의사를 밝혀 달라”고 거듭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큰 장애물이 없어져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메시지 전달 여부 주목=미국은 평양 대화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할 경우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명확히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미 대화에 대해 “북한이 핵포기로 얻게 될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를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로 관계 정상화, 무역협정 체결, 경제제재 완화, 국제금융기구 가입 허용, 연료 및 식량지원,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한 특혜 등 6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미 대표단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지면 오바마 대통령의 문서나 구두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도 크다.

◆“다자회담은 결국 6자회담 의미”=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미 대화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은 다자회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18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6자회담 대신 다자회담이란 표현을 쓴 데 대해 북한의 의도를 더 파악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또 김 위원장이 다자회담이란 표현을 쓴 것은 중국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 일부에선 6자회담 거부의사를 수차례 밝힌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6자회담국에 새로운 나라(6+1)가 추가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몽골이 거론된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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