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이틀에 한번꼴 발생' 원인.대책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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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자동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들의 급발진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피해보상 등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운전자들이 불안하다.

이달들어 운전 경력이나 차종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급발진 사고가 계속되자 차량관리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당초 계획을 수정, 이달말부터 사고원인 정밀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 잇따른 사고 = 지난 22일 오전 7시쯤 서울종로6가 도로 주차장에서 주민 李모 (54) 씨가 자신의 엑셀 (93년식 자동변속) 승용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차량이 4~5m 정도 급후진, 차량 뒤편에 주차돼 있던 승합차와 포터 트럭의 앞범퍼가 심하게 부서졌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에서 급발진 사고는 6건이나 집중 발생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피해 처리는 고스란히 차량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접수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상담건수는 2백72건. 피해자 주장대로라면 이틀에 한번 꼴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 원인 =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기관에서도 정확하고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자동차 제조회사들만이 자체조사 결과 운전자의 운전 미숙일 뿐 차체 결함에 따른 사고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공식적인 원인규명 작업은 지난해말 소비자보호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공동 실시한 전자파 장애시험뿐이었다.

이 시험의 초점은 전자파가 자동차의 핵심기관인 엔진 중앙제어장치 회로에 이상을 일으키는가에 모아졌었다.

그러나 시험결과 일부 전자파대에서 엔진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등 오작동의 개연성은 나타났으나 급발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규정되지는 않았다.

◇ 대책 = 급발진 사고 피해자들이 결성, 자동차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급발진 피해자모임' 측은 우선 제작사들이 급발진 우려시 자동안전경고 장치와 시프트 록 (Shift Lock - 브레이크를 밟아야 시동이 걸리고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 을 부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다음달초부터 신차 6대와 사고차량 10대에 대해 정밀 모의실험을 실시키로 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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