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유고공습 두달째…상처뿐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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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발칸전쟁 두달 - .23일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유고를 공습한 지 2개월이 됐다.

인명살상과 문명파괴의 비극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미사일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과 나토. 그들은 무엇을 얻었나. 나라전체가 엉망이 되면서도 버티고 있는 밀로셰비치. 그는 또 무엇을 손에 넣었나. 밀로셰비치의 인종청소에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의 응징공습은 여전히 정당성.효율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독주하는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늘고있는 추세다.

자연 무엇이 국제사회의 정의인지 가치관 혼란이 초래됐고 유엔이 소외되면서 국제사회 분쟁해결 기능은 무기력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간.세력간 반목도 증폭되고 있다.

모두가 잃기만 한 전쟁은 아닌지 전쟁 두달을 결산해 본다.

◇ 사상자

유고정부가 밝히고 있는 민간인 사망자는 1천3백여명. 그 절반은 어린이다.

부상자도 5천여명에 달한다.

그중엔 나토의 오폭으로 인한 알바니아계 희생자도 1백여명 가까이 된다.

정확한 발표는 없지만 유고군 병력의 인명피해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많은 경찰 및 치안군이 용감하게 죽었다" 고 밝힌바 있다.

나토측은 훈련도중 헬기추락으로 미군병사 2명이 숨졌다.

이밖에 중국대사관 피폭으로 3명의 기자가 목숨을 잃었다.

◇ 가치관 혼란

나토의 유고공습은 국제사회에 뉴인터내셔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92년 걸프전 때부터 싹터 온 이 논리는 인권.환경 등 국제사회 공동의 가치추구를 위해서라면 한나라의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강대국이 필요에 따라 약소국에 무력 개입하는데 써먹기 위한 억지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코소보 난민보호를 명분으로 유고를 공습한 서방국가들이 쿠르드족 등 '같은 처지' 에 있는 다른 난민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공정' 을 지적하고 있다.

◇ 파괴

나토공습이 정유시설, 자동차.중장비 공장, 공항, 통신설비, 교량, 도로, 방송국 등 국가기간시설에 집중돼 유고경제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나토 발표에 따르면 유고 전체 교량의 70%, 정유시설 1백%가 파괴됐다.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만 5백36개 건물이 대파됐다.

유고 전체로는 1천억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어 유고경제는 20년까지 후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난민

나토공습이 시작되자 유고는 기다렸다는듯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를 개시했다.

미 국무부 집계에 따르면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 1백80만명중 90% 이상이 축출됐다.

90만명은 알바니아 등 주변국과 유럽 등지로 피난했고 60만명은 유고내 산악지역에 은신해 있다.

이밖에 군 징집 연령의 알바니아계 남성 22만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토는 주장하고 있다.

◇ 국제사회 반목

코소보에서 탄압 받는 알바니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나토의 유고공습은 역으로 유고의 인종청소를 가속화시킨 꼴이 됐다.

하지만 나토는 공습만을 강화할 뿐 인종청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고는 오히려 난민들이 나토공습을 피해 국경을 넘고 있다고 선전할 정도다.

특히 유엔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해 향후 유엔의 위상에 결정적인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또 하루 평균 1억달러에 달하는 전비는 나토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종전후에도 커다란 후유증으로 남을 전망이다.

채인택.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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