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DNA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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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 여자가 사내 아기를 낳아
어떤 집 문 안에
넣어두고 도망쳤대.

두어 해 뒤에 그 여자가
이번엔 딸을 낳아
어느 아파트 경비실 앞에
놓고 달아났고.

각기 버려진 두 아이는
우연히 한 시설에서
크게 됐는데
DNA 검사로
친남매임이 밝혀졌대.
세상에, 이제 어쩌니?

어쩌긴, 우선 기어이
그 여자 찾아내 죄를 물어야지.
주제에 무슨 억하심정으로
애를 둘씩이나 낳았느냐고
따져보든가,
최소한 변명이라도
들어봐야지.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고?
아이들이 입양돼
귀하게 커주길 바랐을 거라고?

물론 나름대로 애끓는 심정에
아이를 사회에 맡긴 거겠지.
부드럽게 생각하자
사람살이 덜 각박하게.

그래, 육아에 대한 책임이
한 모성만의 것이거나
한 가정만의 것은 아냐.
부모 된 인간들이 자식 버리고
달아나게 만드는 것도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거고.

그러게, 그런 거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왜
같은 일이 자꾸만
반복되는 거지?

어째서 버려지는 애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아이 낳기 싫은 부부는
늘어나는 거야?
그에 대한 말 좀
아주 큰 소리로 해 보자.

*출생 직후 각기 버려져 같은 아동 시설에서 10개월간 함께 생활하던 어린 오누이가 최근 경찰의 DNA 검사로 혈연관계임이 확인됐다.

송은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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