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관리 구멍…편법.탈법 '악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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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폐기물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당국의 허술한 감시를 틈타 건설폐기물을 군부대 등에 반입하거나 공사 발주를 받은 업체들이 적법처리를 위장한 가짜 영수증을 제출하고 이익을 챙기는 등 편법.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피묻은 거즈.수액세트.주사바늘.체내 적출물 등 엄격히 관리해야 할 감염성 병원폐기물을 마대자루에 담아 방치하거나 일반 폐기물에 섞는 등 국민건강 위해요인이 되고 있다.

◇ 불법 판치는 건설폐기물 처리 = 지난 19일 경기도연천군의 한 건축폐기물 중간처리 (재활용) 업체 야적장. 폐기물을 실은 대형 트럭을 30분간 따라가자 트럭이 갑자기 군부대로 들어간다.

업체 관계자는 "도로 바닥 다지기용 등 재활용 용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폐기물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불법인 줄 알지만 군대측 양해 (연병장복구 명목) 로 실어 나르고 있다" 고 말했다.

가짜 영수증도 나돌고 있다.

H사 K사장 (45) 은 "발주 관청에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한 것처럼 허위전표를 제출하는 편법을 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이라고 털어놨다.

운반업체들이 30만원선 (15t트럭 기준)에 폐기물처리 발주를 받은 뒤 중간처리업체에 6만~8만원에 편법으로 넘기고 관청엔 허위 영수증을 제출, 차액을 챙긴다는 것.

◇ 겉도는 감염성 폐기물 관리 = 20일 오전 인천시 남동공단내 병원폐기물 멸균.분쇄업체 S사. 밀폐된 용기에 보관해야 할 폐기물이 마대자루에 담겨 있다.

1차 멸균을 했다는 폐기물에는 특별처리 (용융) 해야 할 주사바늘 등이 섞여 있다.

인근의 또다른 업체는 "병원폐기물과 일반 폐기물을 섞어 소각하는 일이 없다" 고 했지만 야적장 곳곳엔 병원폐기물 찌꺼기가 눈에 띈다.

전국 3만2천여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연간 1만5천여t. 결핵균 등 각종 전염병이 퍼질 수 있어 반드시 멸균.파쇄후 소각하거나 별도 고온소각해야 하는데도 이처럼 관리가 부실하다.

◇ 대책 = 환경운동연합 김달수 간사는 "폐기물의 발생.운반.처리 과정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국망 구성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환경부 윤성규 폐기물정책과장은 "8월부터 폐기물처리 증명제를 도입해 배출자를 특별관리하고 병원폐기물은 반드시 안전한 수거용기에 담아 처리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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