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유고 “적군은 내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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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미-독일 대립

[브뤼셀.본 = 외신종합]유고에 대한 지상군 파병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간의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9일 브뤼셀 나토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은 나토의 지상군 파병을 저지할 것" 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상군 파병을 고려할 것" 이라고 밝힌 뒤 하루만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슈뢰더 총리는 "지상군 파병 반대는 독일의 변함없는 입장이며 지상군 파병과 관련된 어떠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 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영국은 지상군 투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프랑스 등은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코소보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19일 독일 본에서 열린 서방선진7개국과 러시아 등 G8 고위관리 회담은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의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초안에 합의하는 데는 실패했다.

G8 대표들은 코소보에 배치할 국제평화군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았으나 다른 중요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시킬 수 있는 안보리 결의 초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군터 플로이거 독일 대표가 밝혔다.

G8 고위관리 회담은 21일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특사는 19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을 방문, 평화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특별한 진전은 없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전했다.

◇ 세르비아출신 군 2천명 탈영

두달 가까운 나토 공습에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온 유고에 서서히 균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군부대를 이탈하는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도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코소보에 주둔해 있던 유고군 장병 2천여명이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탈영병들은 대부분 최근 반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세르비아 남부 크루셰바츠와 알렉산드로바츠 지역에서 징집된 예비군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관계자는 "특수경찰이 시위를 강제해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병사들이 수차례 소요를 일으킨 뒤 부대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고 밝혔다.

반 (反) 밀로셰비치 시위에 가담한 가족들에 보복이 가해지는 것을 우려,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탈영했다는 것이 미 국무부의 분석이다.

나토측은 그동안 '승산없는 전쟁을 피해 부대를 탈영하라' 는 내용의 전단을 유고군 진영에 대량 살포하는 등 선무공작을 벌여왔다.

이에 앞서 크루셰바츠와 알렉산드로바츠 지역에서는 17, 18 양일간 밀로셰비치의 전쟁 수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세차례 벌어졌다.

시위대는 주로 코소보 주둔 유고군에 징집됐던 예비군의 아내와 어머니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셰바츠에서는 집권 사회당 소속 시장이 시위대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했으며 알렉산드로바츠 시장도 경호원들과 함께 군중들의 린치를 받았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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