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 조업규제 요구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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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이 어업협정 가서명 때 제시하지 않은 강력한 조업규제를 새롭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협상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번 협상의 최대 현안은 양국 배타적경제수역 (EEZ) 의 폭을 어떻게 긋느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어선들의 잦은 영해 침범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측 EEZ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반면 중국측은 자국 어민들의 우리 수역내 조업을 보장받기 위해 이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측은 지난달 열린 2차 실무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생각지도 않았던 무리한 규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돌출행동의 배경은 중국이 자신들의 해역에서 우리나라 어선들의 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카드를 제시한 뒤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 해역에서 좀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한 속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중국의 한국 수역 내에서의 불법조업 행위를 막고 새로운 어업 질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실제 영해침범 등 중국의 불법조업이 워낙 심각해 하루라도 빨리 어업협정이 발효되기를 바라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중국의 어선 1천8백여척이 한반도 서해 남부와 제주도 서남부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데 이들이 우리나라 영해 어업자원 보호수역을 침범하는 불법조업 행위가 매년 수천건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의 무 (無) 협정 상태로도 전혀 나쁠게 없어 협상 자체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불법조업 근절 등 상대적으로 중국 어민들의 피해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중국측의 협상전략에 보다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한 뒤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양수산개발원 유정곤 (柳廷坤) 박사는 "중국이 동중국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나라와의 EEZ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내놓으리라고 예상됐던 수순" 이라며 "이번 협상은 EEZ문제와 별도로 다루는 게 바람직할 것" 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 질질 끌려다니다간 굴욕적인 추가협상까지 가졌던 한.일 어업협상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일본과는 달리 법체계와 운용이 판이한 사회주의 국가여서 협상하기가 오히려 더 힘든 상대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우리 수역에서 연간 얼마 만큼의 어획량을 올리고 있는지 기본적인 어업실태도 제대로 파악이 안돼 있어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이에 대한 현황파악도 급선무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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