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부, 酒稅 조정작업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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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가 소주 주세 (酒稅) 율을 대폭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반 서민은 물론 소주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왕 주세 체계에 손을 대려면 '세금을 마시는' 꼴인 맥주 세율도 차제에 내려야 한다" 는 여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주세법을 바꿔 위스키와 소주의 세율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만 한다. 유럽연합 (EU) 이 세계무역기구 (WTO)에 한국을 걸어 제소한 주세 분쟁에서 올해초 우리가 졌기 때문이다.

위스키 세율 (현재 1백%) 을 소주세율 (35%) 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춰도 되지만 시민의 술값 부담보다 세금 걱정이 앞서는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다. 따라서 소주 세율을 위스키 쪽으로 올려 맞춘다는 구상인데 너무 올리면 비난을 받겠기에 얼마나 올릴까를 놓고 고심 중이다.

◇ 펄펄뛰는 소주업계 = 전국 10개 소주업체들은 지난 17일 대표자 모임을 갖고 향후 주세율 조정과정에서 소주세율이 너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언론.소비자단체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공동 대처키로 했다.

소주업체들은 소주세율을 현행 35%에서 45% 정도로 올리되 위스키 세율을 현행 1백%에서 60% 정도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8백원인 2홉짜리 가정용 소주 (3백60㎖) 값은 9백16원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소주세율을 1백%로 올리면 소주값은 1천원이 넘어가 소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결국 소주 소비가 준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 맥주세율도 문제 = 위스키 세율을 내리게 되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높은 맥주 세율과의 형평성이다.

현재 맥주세율은 1백30%.터무니없이 높다는 얘기가 항상 나왔으나 역시 '세금' 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맥주업체들에 이번에 다시 비상이 걸린 것은 위스키 세율을 내리면서 맥주 세율을 그대로 뒀다간 더 큰일이 나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세율 개편때 맥주세율을 75% 정도로 낮춰달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가정용 소비자 가격 (5백㎖ 기준) 은 1천2백원에서 9백원 정도로 내려간다.

OB맥주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을 걱정하지만 맥주세율이 내려가서 값이 떨어지면 맥주 매출이 30% 정도 늘어나므로 생각처럼 주세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정부 입장 = WTO의 판정결과에 맞춰 7월께 정부안을 내놓고 가을 정기국회에서 주세법을 고친다는 일정을 잡은 재경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재정형편과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위스키 세율을 내리기는 거의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소주 세율을 1백%까지 올리든가, 아니면 70~80%선에서 절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계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건강과 청소년보호를을 위해 이번에 모든 주세율을 대폭 올리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의 경우 알콜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도입해 위스키와 소주의 가격차가 거의 없어져 소주업계가 큰 피해를 봤다" 면서 "우리는 주종별로 제조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소주와 위스키의 가격차는 상당폭 계속될 것" 이라고 밝혔다.

김광기.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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