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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토크쇼] ③-<끝> "스타 행세하려고 배배꼬는 후배들에게 혼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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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가수는 독자적 작업이지만 배우는 철저한 공동작업

조영남 세종대 연극영화과 석좌교수로 계신 것은 언제부터예요?

이순재 석좌교수는 10년 전부터 했어. 처음에는 특강이나 몇 번 하고 가라고 했는데, 그래도 명색이 대학교수가 특강으로 끝낼 수 있나? 1학년부터 뽑아 놓고 수업했더니 이 녀석들이 4시간짜리 수업 2시간 듣고 다 내빼더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1주일에 4시간 가지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

연기의 개념을 아무것도 못 가르치겠어. 그래서 수업 내용을 바꿨어. 레퍼토리를 하나 정해서 전부 캐스팅해서 실제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연습을 시키는 거야. 이걸 한 학기 동안 해요. 나중에 공연을 시켜서 학점을 매기는데, 신통한 건 두 달 반, 석 달 반 동안 한 놈도 안 빠지더라고.

조영남 형은 교수활동이 취미생활이겠네?

이순재 아이들과 어울리니 나도 젊어지고…. 희곡은 텔레비전 대본과는 다르잖아? 나도 거기 가서 같이 연기하고 노는 거지.

조영남 형은 그 밖에 따로 취미생활은 안 가졌다는 거야?

이순재 시간 나면 가끔 골프 치는 것밖에 없지. 그 전에는 마작도 했는데, 같이 하던 멤버가 다 죽어버려서….

조영남 그럼 형수님과는 몇 년 사신 거예요?

이순재 우리가 1966년도에 결혼했으니 벌써 43년이네.

조영남 한 여자와 40년 이상 살면 느낌이 어때요?

이순재 글쎄…. 생활이니까. 으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거고. 부부관계라는 것은 상부상조라 이 말이야. 내 능력이 못 미치는 것을 안사람이 보완해주는 거고. 또 그 쪽이 필요한 것을 내가 해주고….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가 다 알아서 챙겨주니 여유가 생기지.

또 하나 우리 집사람의 장점은 내 직업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거야. 조영남도 그랬지만 우리가 젊었을 때는 러브스토리 영화도 많이 찍고 키스신도 다 했어. 그걸 못 참는 부부들이 있다고. 늘 노이로제에 걸려 남편한테 스트레스 주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우리 집사람은 자기도 무용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해하고 뒷받침해줘서 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지. 그게 중요한 거야.

조영남 형은 후배를 대하는 태도에 일관성이 있수? 형네들은 후배들과 늘 같이 어울려야 하잖아? 우리 가수는 어울릴 필요가 없는데.

이순재 우리는 항상 같이 어울려 일해야 해. 직종의 차이가 여기서 나오네. 대중을 상대하는 것은 가수나 배우나 같지만, 가수는 독자적 작업이고 우리 배우는 철저한 공동작업이지. 젊은 아이들이 나 때문에 위축되거나 불편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나이 먹었다고 차별하거나 특별대우 받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연기 작업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이게 수입원이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 다들 그렇게 동일한 조건에서 하는 거지. <거침없이 하이킥> 할 때도 밤 꼬박 새우는데 어쩌다 보면 내가 맨 마지막에 가야 할 때가 있어. 그런데 중간에 매니저 시켜 후딱후딱 먼저 빼돌려 주는 경우가 있더라고. 내가 원칙을 세워 못하게 했더니 다음부터는 안 그러더라. 젊은 친구들이 나와 작업하면서 부담 느끼거나 손해본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야.

조영남 가끔 후배들 혼도 내고 그러지 않아요?

이순재 개인적 감정으로는 화를 낸 적도 없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중요한 것은 자세에 관한 문제야. 예를 들어 촬영장에 선배들이 다 나왔는데 젊은 애가 인위적으로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실수로 그랬다면 양해하겠는데 스타 행세 하려고 배배 꼬꼬 앉아있다 일부러 늦게 나온다고. 자세만 봐도 알거든. 그러면 혼을 내는 거지.

조영남 형, 유언으로 꼭 남기고 싶은 말은 없어? ‘내일 죽는다, 죽기 전에 유언 하나 해 주쇼’하면 뭐라고 할 거유?

이순재 내가 살아보니 그래. 젊었을 때 보면 배우 욕심이 많고 연출 욕심 큰 친구들이 많아. 의도적으로 남을 이기려는 친구들이 있다고. 도전정신은 발전적인 의지지. 그런데 그렇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야. 욕심대로만 가다 보면 좋은 의미로는 경쟁이지만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어긋나고 적도 생기더라고. 내 경우 인생은 조금 손해보는 듯 살아라 하는 거야. 그럼 우선 적이 안 생겨.

조영남 이거 타이틀 감인데. ‘손해보는 듯 살아라. 이순재’. 그런데 그동안 안 해본 역할이 없는 것 같은데, 또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어요?

이순재 이제 없지 뭐. 이제는 놓쳤어. 젊었을 때 플레이보이나 한번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조영남 나는 굳이 플레이보이 역할을 할 필요가 없네요. 내 자신이 플레이보이니까.

기획·정리 박미소 월간중앙 기자 [smile83@joongang.co.kr]
사진 최재영 월간중앙 사진부장 [pressc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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