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시장등 유명인사 2세들 벤처 성공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명인사의 2, 3세들이 정보통신업계에서 잇따라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선길 (金善吉) 전 해양수산부장관의 장남 김형순 (金亨淳.39) 씨, 고건 (高建) 서울시장의 장남 고진 (高晋.38) 씨와 옛 한국롯데 사장이었던 신철호 (辛轍浩) 씨의 차남이자 롯데그룹 신격호 (辛格浩) 회장의 조카인 신동훈 (辛東壎.36) 씨가 화제의 주인공들. 이밖에도 전 대구시장 이종왕 (李鍾旺) 씨의 손자 이동보 (李東保.36) 씨, 김지하 (金芝河) 시인의 아들 김원보 (25) 등도 벤쳐 업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의식적으로 부모의 '후광' 을 피하려 한다는 것. 일부는 사업초기에 부모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순씨는 음성사서함.지능망사업을 하는 로커스사의 사장. 지난 90년 단돈 1천만원에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올해 매출 8백억원에 기업가치가 6백억원이나 되는 '금두꺼비' 로 성장했다.

올초 주당 13만원에 자신의 지분 일부를 영국 자딘플레밍일렉트릭사에 팔 정도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金사장은 전화와 컴퓨터를 연결한 독특한 틈새시장에서 급신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도중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귀국했을 때 아버지가 무척 반대해 제대로 집 대문도 들어서지 못했을 정도였다" 고 털어놓는다.

高씨는 다른 장치 없이도 차세대 영상도구인 디지털비디오디스크 (DVD) 를 PC로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국내 멀티미디어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시라큐즈대학에서 컴퓨터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바로비전이란 회사를 차려 최근 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대상 등 국내 관련 상을 휩쓸면서 국내외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절대로 '누구 아들' 임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게 그의 소신. 辛씨는 셀빅이란 휴대정보단말기 (PDA) 제품으로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벌의 로얄패밀리이면서도 월급쟁이로 출발, 삼성전자에 있다가 제이텔이란 회사를 세워 독립한 그는 최근 싱가포르 에어로플러스와 3년간 1백50억원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처음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을 택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는 것. 이동보씨는 연간 매출액 1백20억원이 넘는 한국정보시스템이란 회사의 젊은 상무로 활약중이며 김원보씨는 3년전 PC통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머드게임 '단군의 땅' 의 시나리오를 구성해준 장본인.

"언론에 노출되기 싫다" 는 김씨는 현재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친구들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