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그들 빚 갚는 동안, 그들은 ‘성과급 잔치’ 벌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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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공단·공기업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고도 여전히 임직원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나라당 원유철(평택 갑) 의원이 16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지방공사·공단 현황’과 ‘기관 성과급 지급 현황’ ‘공기업 경영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통상 성과급은 전년도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해 지급된다. <표 참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7년 254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국 378개 지방공단·공기업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사장에게는 기본급의 556%에 달하는 성과급(5100만원)을 지급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의 성과급(750%)에 이어 둘째로 높은 성과급 지급률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경우 생수제품인 ‘제주 삼다수’ 생산으로 116억원 흑자를 기록해 서울도시철도공사와는 사정이 다르다.

원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적자액 상위 1~4위 기업들은 모두 경영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는데도 385%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서울메트로는 보통 등급에 맞춰 직원에게 122%, 임원에게는 222%를 지급했지만 사장에게는 해당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공기업 사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임직원의 배가 넘는 506%를 지급했다. 각각 적자액 2·4위를 기록한 대구지하철공사와 부산교통공사는 아예 행안부에서 지정한 성과급 기준 지급 비율을 넘겼다. 두 곳 모두 행안부가 기본급의 150~350%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385%의 성과급을 줬다. 역시 사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다.

이사장이 교체되면서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곳도 있었다. 대구환경시설공단이다. 이곳은 2007년 12월 이사장이 퇴직했다. 신임 이사장이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자 임직원들은 이사장에게 돌아갈 몫을 나눠가졌다. 임원 450%, 직원은 300%의 성과급을 챙겼다. 흑자를 낸 제주개발공사를 제외하고 임직원 모두 300~450%의 성과급을 받은 곳은 대구환경시설공단이 유일하다. 이 공단은 또 188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경영평가등급은 ‘우수’를 받았다.

정작 감독기관인 행안부는 지방공기업 감독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행안부는 지난해 378개 공기업 중 15개 기업에만 경영개선 이행명령을 내렸다. 2007년에는 8개 기업, 2006년에는 4개 기업에 이행명령을 내렸다.

원 의원은 “적자투성이 공기업에 보통 이상의 등급을 준 행안부도, 보통 등급을 받고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지방공기업도 모두 문제”라며 “지방공기업이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승혜 기자

▒알려왔습니다▒

“대구환경시설공단 임직원들이 이사장에게 돌아갈 성과급을 나눠 가졌다”고 보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환경시설공단은 17일 “이사장 몫의 성과급 1433만원(475%)은 대구시에 반납했으며 임직원 성과급은 따로 책정돼 있던 몫을 지급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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