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암살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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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95년 27살의 나이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사내가 있다. 프랑스의 영상천재 마티유 카소비츠. 그때의 작품은 '증오' 였다. 소외란 현실인식과 결부시켜 인종차별을 '증오' 한 영화다. 하릴없는 세 친구의 일상을 통해 시대의 권태와 불확실성, 불평등 등을 충격적인 영상언어로 담았다.

프랑스인들은 이 작품에서 일종의 '누벨바그' 의 환생을 보았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나온 '암살자 (들)' 는 장인 (匠人) 이 소멸해 가는 사회를 은유한다.

그러나 그 장인의 모델이 직업적 암살자란 점이 아찔하다. 세 명의 등장인물이 과거.현재.미래로 각자 '세대' 를 대변한다. 40년 암살경력의 바그너와 맥스, 그리고 메디. 그러나 이들을 통해 유전 (遺傳) 하는 비열한 살인의 살풍경은 부조리한 현대사회에 던지는 비관적 전망의 직격탄이다.

바그너 (미셀 세로)가 생래적으로 살인성향을 터득한 미래의 암살자 메디를 목격하고 '손을 씻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화면 전체에 가득한 거친 카메라워크와 숨막힐 듯한 염세주의가 '따분함' 의 일보 직전까지 몰고가지만, 현실 탐구만은 이보다 더 치열한 영화는 없다.

'들' 이란 복수는 우리 모두 이 시대의 공범이란 뜻. 등장인물과 함께 폭력으로 질주하는 TV 또한 공범이긴 마찬가지다. 22일 개봉.

정재왈 기자

작품성★★★☆ 오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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