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한반도 나비 종류도 바뀌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나비 분포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의 김종철 박사는 15일 “올 7월 전남 영암의 월출산국립공원에서 물결부전나비(사진 위)가 산란을 하는 모습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 나비는 중국 남부나 대만·일본 등지에 서식하는데 국내에서 산란한다는 것은 토착종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결부전나비는 1990년대 이후 전남·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자주 관찰됐고 제주도에서 월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긴 했으나 지금까지는 미접(迷蝶) 종으로 알려져 왔다. 미접은 한반도에 서식하는 게 아니라 중국·대만 등지에서 바람을 타고 우연히 날아온 것이며 한반도에서 산란하거나 애벌레 시기를 보내지 않는 나비를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물결부전나비의 애벌레가 고삼의 꽃받침통에 산란하는 모습이 관찰됐는데, 이는 고삼을 기주식물(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고삼은 한국이 원산지이며 극동 아시아에 분포한다. 이 나비의 애벌레가 새로운 기주식물을 구했다는 것은 이 나비가 한반도에서 오랜 시간 적응을 거쳤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김 박사는 “물결부전나비가 산란하는 모습이 월출산에서 확인된 것은 한반도의 기후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는 것을 반영한 것이며, 아열대성 기후를 선호하는 남방계 곤충이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방계 나비인 붉은점모시나비(사진 아래)·상제나비 등은 과거 한국 전역에 분포했으나, 지금은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고 있다. 김 박사는 “북방계 나비가 사라지는 것은 환경 파괴에 원인이 있지만 서식지 북상 현상과 관계가 있다”며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서 실시한 생태 조사에서 붉은점모시나비가 많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