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동굴 저장고 안전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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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건설 중인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일부 연약 지반이 있긴 하지만 적절한 보강 공법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을 밝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 방폐장 부지에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고, 지하수가 풍부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재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진보신당과 환경단체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 등이 2007년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안전성 보고서와 부지 안전성 평가 결과 등을 분석했다. 이들은 “시추공으로 암반 상태를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암반이 전반적으로 불량하고 파쇄대(암석이 부서지고 갈라져 띠 모양을 이룬 것)가 매우 발달돼 있어 지하에 대규모 연약층이나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부지 내에 지하수가 풍부해 샘물(생수)공장을 차려도 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부지선정위의 평가 결과와는 달리 처분장(폐기물 동굴)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고 지하수가 흐르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과거 지진 발생 기록을 검토한 결과 앞으로 300~400년 이내에 내진(耐震)설계를 넘어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방폐장 부지 인근 지역에서는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유사 이래 17회 기록됐고, 1978년 이후 부지 반경 40㎞ 이내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11회 발생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부장은 “정부가 지하수 유동 모델링(지하수 유속 예측) 분석 보고서 원본과 처분 동굴 인근의 시추 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안전성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공단의 입장은 다르다. 올 6월 처분 동굴의 진입 부분 공사 과정에서 암반의 질 등급이 예상보다 낮은 점이 발견됐지만 완공을 30개월 정도 늦춰 보강 공사를 하면 안전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관리공단 이상훈 설계기술팀장은 “40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의 강한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내진설계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 팀장은 또 “암반 등급은 전기 비저항 탐사와 시추 조사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것”이라며 “시추 조사 내용과 실제 굴착 결과의 차이는 시공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설계에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단체에서 지하수 양이 많다고 주장하는 지점은 방폐장 저장고가 아니라 그 위의 대수층”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의뢰로 진상 조사에 나섰던 대한지질학회 진상조사단도 7월 보고서에서 “부지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일부 부분의 소규모 단열대(바위가 갈라진 것)가 발견됐지만 지하수 유동에 크게 변화를 줄 만한 규모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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