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단 '대교 캥거루스' 가 리그 선두를 달리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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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잘한다!”

불쑥 응원 소리가 터져나왔다. 난간에 매달려 구경하고 있는 몇몇 젊은이들의 눈에는 신기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라운드를 ‘캥거루’처럼 힘차게 달리고 있는 축구 선수 25명 모두가 여자였으니까. 11번 이장미(24) 선수의 플레이에 응원이 터져나온 것도 키가 160㎝도 되지 않는 조그만 몸집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슛 때문이었을 게다.

지난 10일 오후 4시 경기도 시흥 대교 전용 연습장에서 여자 실업 축구단 ‘대교 캥거루스’ 선수단을 만났다. 대교는 ‘잘 나가는’ 팀이다. 2009년 3월 여자축구 최초로 외국인 용병 선수 프레치냐(34)를 들여왔고, 4월에는 박희영(23)과 차연희(24) 선수를 독일 1부 리그로 진출시켰다. 현재 열리고 있는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훈련시간에만 깐깐하게 구는 감독입니다. 사생활은 전혀 간섭하지 않아요. 세심한 부분은 맏언니인 코치가 다독여줍니다. 코치와 함께 역할을 분담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비결 아닐까요.”

지난해 1월 감독으로 부임한 박남열(39) 감독은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백양중학교 축구부 감독을 하다가 이 곳으로 왔다. “여자 축구선수들을 다루느라 힘든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성인 선수들은 오히려 한 번 말하면 잘 알아듣기 때문에 다루기 쉽다”고 말했다.

정소영(26) 코치는 감독을 치켜세웠다. ‘감독이 부드럽게 팀을 잘 다독여 줘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한 번은 중학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1-0으로 져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박 감독이 다가와 ‘게임 졌다고 세상 다 끝난 것처럼 그렇게 풀 죽어 있을 거면 밥도 먹지 마라’며 농담을 던지시더라구요. 그 날 감독님과 선수들이 함께 물놀이를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적이 있습니다.”

맏언니 뻘인 정 코치는 선수들의 고민 해결사다. 선수들은 감독에게 말 못할 고민도 그에게 쉽게 털어놓는다. 집안 문제서부터 남자친구 고민까지 다양하다. 그는 “후배가 실연당했을 때 술 한 잔 하면서 다독여주는 것도 코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니와 동생 사이 끈끈함 때문일까. 만날 숙소 생활을 함께 하면서 이들은 주말에도 함께 어울린다.

“잠깐 쉬는 주말에는 함께 화장품이나 옷을 사러 함께 쇼핑을 다녀옵니다. 네일아트ㆍ피부관리를 받기도 하죠. 남자친구가 있는 동료와 함께 커플끼리 데이트를 다녀오는 선수도 있다니까요.”

감독과 코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것은 구단이다. 대교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훈련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 교육을 받는다. 영어·요리ㆍ컴퓨터 자격증 강좌 등이다.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사회로 나가게 될 경우를 대비한 구단의 세심한 배려다. 출석은 자율에 맡기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출석률은 100%다. 그만큼 선수들도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대교 캥거루스가 선두를 질주하는 이유도 ‘감독(코치)-선수-구단’이 빚어내는 삼박자 때문 아닐까.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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