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대학경쟁력] 대학별로 특성화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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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IMD) 의 평가에서 우리 대학이 47개 평가 대상국 중 꼴찌라는 사실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경쟁력과 거리가 먼 백화점식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데다 우리 사회도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대로 노력해본 적이 없었던 결과다.

이에 비해 대부분 선진국은 국가.사회가 합심,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다.

그들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교수요원 양성.재정투자와 사회적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오늘과 같은 세계적 명문대학이 탄생했고 대학 및 국가경쟁력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학사 (學事) 혁명' 이라 불릴 정도로 교과과정.학습방법 개혁에 치중, 특성화.다양화를 통해 대학마다 각기 다른 모습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인간교육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녹색 커리큘럼' 운영, 사회.대학을 연계하려는 봉사형 교육인 '서비스 학습' 확대, 기초교육.첨단교육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려는 '문제중심 학습방법' 확대, 현장.경험 중심 학습을 통한 산.학.연 (産.學.硏) 연계 모델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종신제 교수제를 재정비, 교수의 질 관리를 한층 철저히 하고 있으며 공부하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학사관리를 더욱 엄격히 하는 추세다.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 경쟁력 있는 학문영역 강화, 이공계와 인문사회과학 분야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보완 노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 대학들도 이제 우물안 개구리식의 국내적 시야에 매달려 모방이나 도토리 키재기식의 경쟁에 치중하기보다 국제적 안목에서 대학의 기능분화를 통한 특성화.다양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전국 1백89개 대학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학과 정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구조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외국 우수 대학과의 교육프로그램 협력을 확대, 대학교수의 연구능력과 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 경직된 대학 체제를 열린 체제로 전환해 다양한 대학입학 전형으로 여러 분야의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가능한 한 대학문호를 개방하되 철저한 학사운영을 통해 교수.학생 모두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우리 대학이 창의성.도덕성.국제성.전문성을 지닌 21세기형 인성교육을 위한 혁신을 꾸준히 진행시키면 '47위 꼴찌' 에서 탈피,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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