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 '힘겨루기' 밤샘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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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지하철 파업 노조원 직권면직과 한국통신 노조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들 사업장의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와 고려대 캠퍼스엔 25일 밤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두 대학 캠퍼스의 정문을 봉쇄, 노조원들이 해산토록 압박했고 노조측은 이탈 방지를 독려하며 밤새도록 대치했다.

◇서울지하철 노조 = 경찰은 서울지하철 노조원 2천여명이 1주일째 농성중인 서울대에 이날 오후 7시10분쯤 8백여명의 병력을 정.후문으로 들여보내 2백m 안까지 진입했다.

경찰은 사수대가 책.걸상과 쓰레기더미 등을 이용, 정.후문에 쌓아놓은 바리케이드를 굴삭기를 동원해 치우는 등 본격적인 진입작전을 준비했다.

경찰이 진입하자 노조원과 학생 3백여명은 화염병 2백여개와 돌을 던지며 이에 맞섰으며 바리케이드에 신나로 불을 질러 진입을 방해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사수대의 저항이 거세지자 진입 1시간여만에 일단 철수했다.

경찰은 또 동시에 헬기 2대를 띄워 직장복귀를 호소하는 고건 (高建) 서울시장 명의의 유인물 1천장을 뿌리며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노천 강당에 모여있던 노조원 1천5백여명은 경찰 헬기가 계속 저공비행하며 압박을 가하자 오후 8시쯤 도서관 주변으로 이동했으며 이중 1천여명은 6층 대학원 열람실로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서울대에서 도서관이 외부인들의 농성 장소로 이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8백여명은 도서관 앞 광장에 모여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무장한 채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한편 노조 지도부 등 5백여명이 농성중인 명동성당에선 서울대 구내에 경찰 투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여명의 규찰대를 정문에 배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파업투쟁을 하자" 고 독려했다.

◇한국통신 노조 = 이날 오후 용산역 광장에서 '26일 파업' 선포식을 마친 한국통신 노조원 2천여명은 명동성당의 지하철 노조원과 합류하는 당초 계획을 바꿔 기습적으로 고려대로 집결했다.

노조원들은 오후 8시30분쯤 한총련 소속 학생 50여명이 고려대 서문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며 길을 튼 사이 순식간에 교내로 진입했다.

노조원들은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 모여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지부별로 투쟁지침을 전달하고 김제연 (金制然) 수석부위원장 등 지도부와 함께 노동가를 부르며 파업 결의를 다졌다.

경찰은 정문.서문 등에 2천여명을 배치해 더 이상의 노조원 진입을 막았고 한총련 소속 학생 3백여명은 사수대를 조직,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의 교내 진입에 대비했다.

이무영.김정하.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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