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아직 멀었다] 오락가락 '규제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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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코미디언 김형곤 (39) 씨. 지난 90년 국내 최초로 웃음전문 업소인 '코미디 하우스' 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92년, 명의를 빌려줬던 金씨의 부인은 느닷없이 벌금을 물고 전과자가 됐다.

표면의 이유는 변태영업. 그러나 실상은 규제 때문이었다.

지난 66년 이후 유흥종사자는 유흥주점 (과거 유흥음식점)에서만 일할 수 있도록 돼있다.

유흥종사자란 유흥접객원.댄서.가수.악기연주자.무용수.만담 및 곡예사.사회자 등을 이른다.

따라서 개그로 웃음을 선사하는 金씨의 행위는 일반음식점이 고용할 수 없는 유흥종사자 (만담가) 를 통한 유흥주점 영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이들 업소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를 내라는 게 국세청의 통보였다.

또 레스토랑 등 일반음식점에서 이뤄지는 어떤 음악공연도 92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될 때까지는 불법이었다.

이후 일반음식점에서 가수나 악기연주자 1인, 단란주점에서 손님의 노래반주를 위한 악기연주자 1인은 유흥종사자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0월 유흥종사자 (음악인) 2명을 고용해 연주시키다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서울동숭동 대학로의 라이브클럽 '천년동안도' 의 임원빈 사장은 아예 헌법소원을 냈다.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연주행위를 식품위생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중순 관련조항에 대해 새 유권해석을 내렸다.

피아노3중주 등 음악 장르상 합주나 가창은 3인까지 가능하지만 마이크용 앰프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법을 넘어선 해석도 문제였지만 다양한 서비스들을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밖에 남겨두는 것이어서 '생색내기용' 이란 비난이 일었다.

이후 문화관광부도 규제철폐를 외쳤고, '라이브클럽 합법화를 위한 클럽연대' 란 모임도 결성됐다.

복지부는 결국 지난 21일 '유흥접객원을 제외한 가수.연주자.코미디언 등 과거의 유흥종사자들은 더 이상 유흥종사자가 아니다' 는 내용의 관련법규 개정안을 만들어 6월부터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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