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영업이익 1년 만에 ‘원상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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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 파산이 1년을 맞았다. 리먼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국제금융시장은 순식간에 신용경색으로 얼어붙었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리먼의 미국 사업과 뉴욕 맨해튼의 본사 건물은 바클레이즈로 넘어갔다. 사진은 ‘Sep 15’(9월 15일)란 글자가 또렷하게 빛나던 1년 전 리먼브러더스 본사의 외벽 전광판. [뉴욕 AFP=연합뉴스]

‘금융위기는 이제 잊어라.’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3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전망치를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0조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추정치이긴 하지만 이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경기가 급락했던 지난해 3분기(16조8905억원)와 4분기(6조3432억원)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역시 경기 회복의 주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이다. IT 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7000억원으로, 2분기의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4%로 규모 면에서도 ‘한국호’의 쾌속 운항을 이끌고 있다.

올해 2분기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주도했던 삼성전자는 3분기에 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 D램 가격이 8월 말 기준으로 연초보다 74%나 올랐다. TV·모니터 등 디지털 미디어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자동차 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지만, 선두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은 오히려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3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8%, 기아차는 14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는 연말까지 계속되는 노후 차 교체에 대한 세제 지원과 ‘추석 효과’로 인한 수요 증가, 해외는 세계적인 소형차 선호 현상이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선업체는 금융위기 이후 신규 선박 수주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미 쌓인 일감이 많아 3분기 실적 전망은 괜찮다. 조선 업종 전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삼성·대우 등 ‘빅3’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일부 해외 기업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국내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IT 경기가 본격 회복한다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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