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전문대 김장춘교수 각종답사기 81종 발굴.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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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금강산은 매우 아름다운 산이며, 이름에서처럼 엄청난 양의 금강석이 묻혀있다. 그러나 조선은 채광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생산량이 많지 않다. "

서양식 표기가 'Diamond Mountain' 이라는 까닭에 금강산을 찾았던 19세기 서양인들이 금강산에 대해 남긴 기록이다.

명지대 한국관련 고서찾기운동본부 김장춘 연구위원 (명지전문대 영어과 교수) 은 94년부터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서양의 공.사립 도서관을 비롯, 경매장.고서점을 뒤져 1880~1950년중의 서양인의 금강산 답사기록 81종을 찾아내 최근 분석을 마쳤다.

이 기록은 대부분 국내에 처음 보고되는 것으로 이전까지 보고된 바 있는 부분적인 금강산의 이미지를 종합할 수 있는 풍부한 분량이다.

김씨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영국 쪽 일부 문헌에서 금강산의 불교와 문화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이번에 분석한 문헌의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적" 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여류 여행가 베르사 럼 여사는 '동쪽으로 가는 길' (1936)에서 금강산 절벽에 걸린 보덕암의 기묘한 풍치에 취해 그곳 전설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또다른 영국 여행가 고든 여사는 '도 (道) 의 상징' (1914)에서 "내가 죽으면 시신을 둘로 쪼개어 금강산과 일본의 고야산에 묻어달라" 고 유언을 남길 정도로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또한 독일의 지리학자 헤르만 라우텐자흐는 '답사와 문헌을 통해 본 조선' (1945)에서 금강산의 농업 생산과 생태 기록을 통해 금강산의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영국 부영사를 지낸 캠벨과 옥스퍼드대 총장을 역임한 커즌은 금강산과 주변 불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캠벨은 금강산 승려들이 불교 역사는 커녕 불경 원전의 산스크리트어 해석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했으며 커즌은 192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 기고한 기행문에서 금강산 장안사에서의 도난사건을 회고하며 승려들이 염불에는 뜻이 없고, 돈만 밝힌다고 적었다.

캠벨과 커즌의 저술은 이미 알려진 자료. 그러나 이번에 새로 발굴한 문헌을 저술한 서양인들은 금강산의 풍광 뿐 아니라 불교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1897년 금강산을 방문한 미국의 선교사 스크랜튼은 기행문 '53존불과 9마리 용' 에서 금강산 유점사를 풍요로운 사찰이라고 소개하면서 금강산 승려들의 "독실한 믿음과 부지런한 생활, 열성적 참선은 모범적" 이라고 기록했다.

또한 프랑스인 네탕쿠르 브루다레는 '조선에서' (1905)에서 장안사 승려들의 친절한 환대를 높이 평가하고 엄격한 채식주의 등 생명 존중 사상의 실천과 노약자를 돌보는 봉사활동도 본받을 만하다고 했다.

금강산 관련 서양 고서 분석 작업은 외국인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를 종합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명지대 고서찾기운동본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는 또 앞으로 계속될 '한국의 의복' 등 주제별 이미지 분석의 첫 결실이라고 했다.

김장춘 연구위원은 이같은 금강산 이미지 분석을 바탕으로 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알렉산더 간제와 공동으로 단행본을 출간, 내외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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