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월드컵 열기에 파묻혀 외면받는 아시안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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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일 월드컵 관련 소식이 보도되고 각계각층에서 경쟁적으로 월드컵을 위한 행사나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월드컵을 향한 열기와 관심은 뜨겁게 높아져 갈 것이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열기 속에서 외면되는 국제대회가 있다면 문제다.

2002년 6월 월드컵 뒤에 9월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린다는 사실을 얘기할 땐 쑥스러움과 곤혹스러움마저 느낀다.

마치 '왕따' 당하는 학생 처럼. 이런 느낌이 과장일까. 거의 매일 각 언론에 월드컵 기사가 게재되지만 부산아시안게임에 관한 기사는 발견하기 어렵다.

각 기관.단체가 펼치는 각종 캠페인과 사업이 월드컵의 이름을 달고 공표되고, 문화시민운동과 국민의식개혁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거론된다.

만약 2002년 우리에게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중 어느 하나만 치러진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세계적인 권위와 관심사인 월드컵과 36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불과 2, 3개월의 차이로 한 군데에서 충돌하게 된다.

월드컵 열기 때문에 오히려 부산아시안게임을 죽이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따라서 두 대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부산아시안게임도 월드컵처럼 국민적 지지와 성원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대회다.

대회 홍보나 붐 조성은 물론이고 수익사업이나 관계기관의 폭넓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부산아시안게임이야말로 월드컵보다 더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면 역설일까. 월드컵과 함께 부산아시안게임 성공 지원을 위한 국민적 관심 제고와 지혜 결집이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이한국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 협력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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