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도둑공방'] 야당 - 박상천 법무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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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법무부 현안보고가 있은 22일 국회 법사위에선 최근의 관심사인 '고관집 털이 사건' 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히 그동안 검경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적시,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朴장관은 직설적 답변으로 일일이 반박했다.

질의가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사과정상 문제를 들고나왔다.

이재오 (李在五) 의원은 "부평경찰서는 절도피의자 김강룡씨를 검찰에 넘기면서 일부러 김성훈 농림부장관과 유종근 전북지사의 신원을 정확히 적지 않았다" 며 "이는 고위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직접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것" 이라고 주장했다.

李의원은 또 "김강룡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던 김성훈 장관의 집이 '삼성동 현대빌라' 라고 진술했다" 며 "그러나 경찰은 엉뚱하게도 삼성동이 아닌 인근 도곡동 현대빌라에 가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어 최근 김강룡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주장도 했다.

황우려 (黃祐呂) 의원은 "당국은 '김강룡씨가 마약 복용의 금단증상 때문에 알몸으로 땅바닥을 뒹구는 등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고 발표했다" 며 "그러나 이는 수사과정에 불만을 품은 김강룡씨의 시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 주장했다.

김강룡씨가 마약 복용자임을 내세워 진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검경에 대한 반박이었다.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이 "유종근 지사 집 장롱과 화장대에서 돈다발이 뚝뚝 떨어졌다" 고 하자 朴장관은 "돈다발이 어떻게 뚝뚝 떨어지느냐" 고 신경질적으로 대응, 장내는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띠기도 했다.

朴장관은 이같은 질문들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절도가 아닌 전문 절도단에 의한 범행으로 파악했다" 며 "이를 신중하게 수사하기 위해 오히려 확대수사를 벌였던 것이지 축소.은폐는 말이 안된다" 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 인권법안 심사에서는 인권위원회 성격 문제를 놓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의해 조종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표시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인권단체의 반대여론을 들어 정부의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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