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름다운 철도원' 복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름다운 철도원'이 돌아왔다.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영등포역 구내에서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한 뒤 자신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김행균(44)씨. 17일 서울 봉래동의 철도청 서울지역본부로 복직한 그는 "다시 일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김씨는 복직을 위해 지난 4개월 동안 하루 6~7시간씩 걷는 연습을 했다. 목발에 의지해 병원 안에서 처음 선 것은 지난 3월. 한달 뒤 퇴원해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진통제를 비롯한 모든 약을 끊고 걷기 연습에 매달렸다. 처음 한달은 힘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담당 의사가 "연습이 지나치면 다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낮에는 부인 배해순(40)씨와 청소하거나 장을 보고, 오후에는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집 근처 중앙공원을 걸었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다주는 것도 김씨의 몫이었다.

그는 이제 경사로만 아니면 걷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김씨는 "왼쪽 무릎 아래 달린 의족이 이제 몸의 일부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등 앞부분이 절단된 오른쪽 발은 아직도 통증이 심하다. 뒤꿈치로만 걸어야 하는데 어쩌다 앞부분에 힘이 주어지면 이식한 피부가 찢겨지는 듯 아프다고 한다. 이식된 피부는 손상되면 치료가 힘들어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지만 그래도 조심스럽다.

지난달 25일, 그는 사고 뒤 꼭 1년 만에 복직계를 냈다. 사고 당시 영등포역 여객운용팀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철도청 서울지역본부 물류영업과로 새로 배치받았다. 화물열차 운행을 통제.관리하는 화물사령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그랬듯이 한 사람의 철도공무원 몫을 다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