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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다 모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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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고암 이응로가 1950년대에 그린 ‘정양사 망 금강’. 정양사에서 바라본 금강산을 수묵담채로 활달하게 담아냈다.

고무줄 놀이를 하며 목청껏 부르던 노랫말로 금강산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들어앉았다. 민족의 영산으로 받들어지던 금강산은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평생 한번쯤 가봐야 하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한국전쟁 뒤 반세기 동안 남쪽 사람들에게는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금강산을 하룻길로도 다녀올 수 있게 된 2004년, 우리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그림이 그 발걸음을 재촉한다. 18일부터 10월 24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리운 금강산'전은 1900년대부터 60년대까지 근대기 한국 화단을 이끌었던 김규진.나혜석.노수현.박생광.배운성.변관식.이상범.이응로.임용련.조석진씨 등 30여명이 담은 금강산 그림 45점을 선보인다.

'금강 천하 제일 명산'이란 말처럼 금강산은 우리 강토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양(陽)과 음(陰)이 어우러진 산의 모양새, 연꽃처럼 피어난 봉우리, 흙과 바위가 조화를 이룬 골짜기는 특히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조선 후기 들어 우리 산수를 중국풍이 아닌 우리 눈이 본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진경산수의 전통을 세운 겸재 정선(1676~1759)의 시대로부터 금강산은 자신의 화법을 시험하는 잣대로 많은 화가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가 특히 재미있는 까닭은 조선시대의 전통적 자연관에서 출발해 관광이라는 외국 풍습이 들어온 근대기, 서구적 풍경화 기법이 도입된 일제 강점기 등을 거치며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변주된 금강산 풍경이 나란히 걸려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금강산을 통해 한국 근대를 바라본 화가의 창(窓)을 구경하는 전람회인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서구적 개념의 풍경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금강산 그림들을 모아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작품에 끼치는 변화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02-779-531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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