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기자 퓰리처상 탔다…AP통신 강형원.댄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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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처럼만에 회사측에 '밥값' 을 톡톡히 한 것같아 기쁩니다. 반가운 소식을 고국 방문 길에 듣게 돼 더욱 뜻깊습니다."

80년 퓰리처상 역사상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두번이나 수상의 영예를 안은 AP통신 워싱턴지국 사진부장 강형원 (姜泂遠.36) 씨.

워싱턴지국 사진기자 16명 등 1백여명을 지휘하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13개월에 걸쳐 추적, 20장의 관련 사진으로 퓰리처상 기획사진부문을 수상했다.

姜씨는 수상소식이 전해진 13일 때마침 휴가를 얻어 한국을 방문중이었다.

부인 윤영임 (尹寧姙.35) 씨와 두 아들 성호 (聲昊.3).성진 (聲鎭.2) 과 함께 자신의 숙부를 만나기 위해 귀국,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두 아들로서는 첫 고국방문.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姜씨는 고창중 1학년을 마친 77년 아버지를 따라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다. 82년 UCLA 정치학과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외교관이 꿈이었다.

그러나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의 또다른 모습, 그것을 담아내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보도사진기자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후 LA 타임스에서 취재 및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92년 LA 흑인폭동 때는 취재부문 (스폿 뉴스)에서 첫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95년부터 취재현장에서 떠나 사진편집과 데스크를 맡아 활동했으며 97년 11월 AP통신으로 옮겨 일하고 있다.

그는 여건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다시 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사건현장에 대한 깊은 애정과 미련을 드러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본격 취재가 시작된 98년 1월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면서 '일 잘하기로 소문나 있던' 필라델피아지국의 한국계 사진기자 댄 로 (27) 를 불러들였지요. 역시 성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댄 로는 뉴욕 로체스터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95년부터 AP통신에서 근무해온 사진전문기자. 그는 지난해 4월 필라델피아를 방문한 르윈스키와 윌리엄 긴스버그 변호사를 촬영한 사진으로 이번에 AP팀이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외신들이 퓰리처상 수상과 관련, 전세계로 전송한 대표적 인물사진도 댄 로의 것이었다.

姜씨는 댄 로에 대해 "사진에 대한 뛰어난 열정과 날카로운 감각으로 장차 대성할 재목" 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함께 일하고 싶다" 고 말했다.

"한국인의 잠재역량은 무궁무진합니다. 세계적인 큰 무대로 많이 진출,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했으면 좋겠습니다."

姜씨는 "사진기자인 내가 정작 사진취재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며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출국을 앞당겨야겠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정훈 기자, LA지사 = 김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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