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강창희 자민련 새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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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의 새 원내사령탑이 된 강창희 (姜昌熙) 의원은 '맨발 의원' 의 별칭을 갖고 있다.

13대 총선 때 대전 중구에서 민정당후보로 'JP태풍' 에 맞섰던 그는 5만5천표차의 참패를 당했고, 이후 서울과 연락을 끊은 채 대전의 식장산을 맨발로 오르기 시작한 데서 비롯한 것.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맨발로

산에 올라 찬물목욕을 하는 지독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당공천조차 못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92년 14대 총선에서 잃었던 금배지를 되찾는 데 성공한다.

한번 마음 먹은 일에 대한 그의 고집과 뚝심은 과학기술부 장관 때의 '자기부상 (磁氣浮上) 열차' 추진에서도 잘 드러난다는 동료의원들의 전언. 영종도 신공항 구내에 자기부상 열차를 깔려던 그는 첨단기술의 '안정성' 을 내건 건교부의 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자민련 동료의원들은 JP를 직접 영종도공항으로 초청한 그가 "지금 해보지 않으면 언제 기술발전이 되느냐" 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내각제 개헌과 관련, 당장의 국정 불안을 이유로 '선진정치 시스템' 인 내각제를 하지 말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모난 돌이 정 맞듯 추진력 강한 사람이 욕을 먹는 것은 뻔한 일. 그러나 그 험한 정치권에서도 그의 '적' 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양희 (李良熙) 의원은 "연 (緣) 과 의리를 중시하는 철저한 인간관계 때문" 으로 이를 요약했다.

당정의 요직을 거치면서 자기 처신을 깔끔히 해온 점은 JP도 평가하는 대목. 그가 자민련 총장이던 97년 대선 당시 JP의 후보출마 포기로 대선자금이 넘쳐나게 됐다.

당 관계자가 은밀히 "차후를 위해 좀 남겨놓아야 하지 않느냐" 고 했다.그러나 "그런 소리 하면 나와 일을 못한다" 고 호통을 받아 얼이 빠졌다는 당시 관계자의 얘기다.

이런 자기관리 덕에 그는 구여권에서 한때 강재섭 (姜在涉).강삼재 (姜三載) 의원과 함께 차세대로 주목할 '스리 (3) 姜' 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그의 '뚝심' 과 '인화' 가 어지러운 정치판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두고 볼 일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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