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연 첫앨범 '굿애프터눈…' 장르 다양성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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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굿 애프터 눈, 자본주의여/노을지는 빌딩 그늘 아래 사내들이/고갤 숙이며 어깰 부비며 어디론가 걷고…/굿 애프터 눈, 자본주의여/차가운 지하도 바닥 위로 아이들이/하루의 눈물을 베고 누우면…" 주류 가요계에서, '자본주의' 란 단어를 가사에 넣은 여가수는 막 데뷔음반을 낸 신출내기 한수연이 처음일 것이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작곡해 '가시나무' 를 연상시키는 앨범 첫 곡 '굿 애프터 눈, 자본주의여' 는 명백히 서정적인 수사가 더 잘 어울리는 발라드다.

러브송에 알맞은 감미로운 목소리가 돌연 '자본주의여' 를 발음할 때 듣는 사람은 이질감을 느낄 법하다. 한데도 그녀는 스스럼없이 노래한다.

세계를 떠돌며 산 편력 탓에 국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때문일까. 아버지가 무역업자인 탓에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녀는 리비아.이란.수단.나이지리아.그리스.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았으며 지금은 미국 워싱턴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국은 앨범제작을 위해 지난해7월 처음 찾았다. 그런 탓에 그녀 음반은 월드뮤직적인 다양성을 보인다.

팝발라드.R&B.얼터너티브 록.고스펠.포크까지 장르가 여럿이고 참여한 작곡가들도 하덕규 (포크) 부터 '제2의 조지 윈스턴' 소리를 듣는 미국의 실력파 팝 피아니스트 짐 브릭만까지 넓게 걸쳐있다.

때문에 음반에는 약점도 있다. 개성 강한 여러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다 보니 그들 스타일에 끌려 가수로서 일관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고 고음처리에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음대만큼은 기존 여가수들과 단연 구별되는 매력을 낸다. 앨범 타이틀곡 '발렌타인' 은 바로 이 중음대에 반한 브릭만이 선물한 곡.

그는 지난해 내한 무대에서 게스트로 나와 자신의 곡 '발렌타인' 을 부르는 그녀를 보고 "부드러운 중음대가 발군" 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 앨범에 '발렌타인' 을 쓰도록 흔쾌히 허락한 것. 한수연의 '발렌타인' 에는 특히 솔리드 출신 R&B스타 김조한이 코러스를 넣어 이채롭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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