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코소보공습 북한에 충격컸다'-美서 러 보고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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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토의 유고 공습은 한반도 안보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이 조기종결되느냐, 장기화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문제 전문 노틸러스연구소는 7일 러시아 현대국제문제센터 (ICIP) 보고서를 인용, 북한당국은 공습을 계기로 미국이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데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유고 공습에 대한 북한의 반응' 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북한은 미국이 최소한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독수리' 처럼 달려들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고 있다" 고 밝혔다.

이같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은 핵 의혹.미사일 개발 문제 등과 관련, 협상을 진행함과 동시에 미사일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한 북한 외교관은 "평양측은 이제 워싱턴의 (호의적) 의도에 대한 모든 환상을 버렸다.

유고 공습은 북한이 협박과 압력.침략을 통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새로운 히틀러와 상대하고 있음을 확신시켰다" 고 말했다.

다른 북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확고한 억제력을 확보할 계획" 임을 암시하면서 "이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일" 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나 공습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유고의 강력한 저항과 세계의 비난여론이 점증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등 다른 지역 문제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외교관은 "미국이 유고사태에 장기간 묶이면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위신과 영향력은 감소하고 워싱턴 당국은 약자의 입장에서 행동해야 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같은 기회를 활용, 미국과의 공식적 외교관계 수립과 경제제재 해제,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이 추진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과 유사한 산악지형인 유고에서 미사일 공격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는 등 미국 전력의 한계가 노출됨에 따라 북한이 이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개 지역의 대규모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미국의 윈 - 윈 (win - win) 전략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미국이 강경한 태도만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문광건 (文廣健)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국가생존을 위해 대미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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