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 휴전무드 급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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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름째 계속되던 나토의 유고 공습이 휴전국면으로 급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의 공습은 나토든 유고든 서로에 이로울 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다.

대화분위기는 앨 고어 미 부통령이 6일 프리마코프 러시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고어 부통령은 40분 동안의 통화에서 프리마코프 총리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러시아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달 30일 프리마코프 총리가 직접 유고를 방문,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에게 평화협상을 종용한 사실을 고려해 보면 긍정적 반응을 보였을 게 틀림없다는 것이 서방측 분석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6개국 접촉그룹이 7일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고 코소보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협상분위기 조성과 관련, 미국과 유럽 언론은 이번 사태를 종결시키기 위한 지상군 투입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첫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즉 20만 병력이 필요한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제2의 베트남전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 특히 2001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고어 부통령 입장에선 지상군 투입이 정권창출에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유고측이 3명의 미군포로 석방의사를 밝히고 코소보 해방군과의 휴전을 먼저 제시한 것은 간접적인 항복이나 다름없어 공습중단의 명분으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5억달러를 투입한 전쟁비용에 대해 미 의회가 제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향후 나토공습 지속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고도 나토공습 이후 코소보 난민의 3분의1에 대한 청소가 이뤄져 세르비아 민족의 구원 (舊怨) 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 있다. 나토측이 7일 휴전조건으로 제시한 ▶세르비아의 군사작전 중단및 군사조직 철수 ▶국제안보유지군 배치허용 ▶난민들의 귀향보장 ▶랑부예 평화협정준수등 5개항을 밀로셰비치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토의 조건들이 모두 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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