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지도자 구스마오 무장투쟁 옥중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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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투옥 중인 동티모르의 독립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52) 의 성명이 발표된 순간 전운 (戰雲)에 휩싸였다.

동티모르섬 딜리지역에서 독립 지지파인 주민 17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그가 무장게릴라와 동티모르 주민들에게 "무기를 들고 인도네시아군과 민병대들에 맞서라" 며 무장투쟁 재개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동티모르인들에 대한 구스마오의 절대적 영향력을 아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미국.호주 등은 즉각 구스마오 달래기에 나섰다.

결국 구스마오도 6일 "현재의 폭력사태 해결을 위해 유엔평화유지군이 와준다면 무장투쟁을 중지시키겠다" 며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이날도 동티모르에선 45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스마오의 후속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스마오는 지난 91년 발생한 동티모르 최대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이듬해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96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주제 라모스오르타.카를로스 시메네스 벨로 주교와 달리 무장독립투쟁을 추구해 왔지만 최근엔 동티모르의 독립허용을 시사한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평화적 타협을 모색해 왔다.

때문에 그는 '동티모르의 만델라' 로 불리며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하는 경우 가장 강력한 초대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신학교 졸업 후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던 구스마오는 지난 76년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 강제합병되자 무장게릴라 활동에 뛰어들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지난해 11월에는 옥중시화집인 '나의 바다 티모르' 를 출간했을 만큼 뛰어난 문학적 감성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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