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일본경제 회복 기미에 눈길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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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분기를 마감한 시점에서 최근의 주가 움직임을 정리해 보자.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 종합지수는 지난 16일 석달만에 처음으로 600을 돌파했다.

하지만 곰 (비관적인 투자자) 은 18일 21포인트를 끌어내렸고 황소 (낙관적인 투자자) 는 다음날 바로 큰 폭 상승 (+25포인트) 으로 받아쳤다. 2주일이나 지속된 치열한 공방전은 결국 황소의 승리로 끝났다.

둘째, 투자심리를 보면 고객예탁금이 늘었고 '바이 코리아 (Buy Korea)' 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금리하락은 고수익에 익숙한 자금을 주식으로 내몰았다.

마지막으로, 기본 여건이 호전됐다. 노사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경기회복은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수출부진이 뚜렷한 가운데 재고보충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얼어 붙었던 경제의 구석구석에 봄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해외여건 역시 어둡게 보면 한없이 비관적인 것이 사실이나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가령 유고사태는 조만간 미국이 패배를 자인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든지, 아니면 막대한 사상자를 수반할 지상전을 전개하든지 양자간 택일해야 하는 고비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경제질서를 흐트릴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주 관심은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의 미국 방문으로 모아진다. 양국간엔 인권.스파이문제등 불편한 현안들이 있지만 미국은 일본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위안의 절하는 빨라도 하반기에 일어날 일이다.

일본에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5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분기별 단기관측 (短觀)에 따르면 향후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기업들의 숫자가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에 비해 소수나마 감소했다.

일본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니케이지수가 지난해 10월 1만2천대에서 최근 1만6천대까지 상승, 또한 경기회복을 점치게 한다. 아시아 경제에 있어 일본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아시아 각국의 대일본 수출비중은 많게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일단 휴식에 들어간 듯하나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주가의 조정이 임박했고 유럽경제가 이미 고개를 숙인 마당에 한국의 회복에 참여치 않고 그냥 지켜보고 있는다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다.

요약하면 시장내부 및 주변여건은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다. 다만 지난번 조정과정에서 과도매수 (overbought) 상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주가가 10% 더 올라 단기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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