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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스님 장편소설 '엔트런스' 펴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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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입고 먹고 비바람 가릴 잠자리가 있으면 우리의 삶은 됐는가. 죄 짓고 들어간 교도소에서도 의식주는 해결해준다.

그러나 어디도 못떠나게 막는 높다란 담장은. 그 벽이 어디 교도소에만 있는가. 가정.직장, 지금 이곳의 관계와 욕망이라는 그물코에 촘촘히 갇히고만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을까. 한 스님이 대자유를 화두로 삼은 재미있는 장편소설을 펴냈다.

장산 (張山.법명 濟願.미 워싱턴 법주사 회주) 스님의 돈과 여자와 도박.욕망의 화신 라스베이가스를 무대로 한 첫번째 장편 '엔트런스' (도서출판 비.해피, 7천원) . 대학 1년생이 라스베이가스로 무전여행을 떠난다. 그곳서 세계를 떠돌며 홀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미스터리 맨을 만나 사부 (師父) 로 삼는다.

그러나 그는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돈만 채워지면 도박판에서 미련 없이 떠나곤 한다. 더 많이 따려고 떠나지 못해 결국 빈털터리만 만들어내는 라스베이거스 생리를 훤하게 꿰뚫고 있는 사부의 도박철학을 통해 학생은 삶을 터득하게 된다는게 작품의 기둥줄거리다.

일찍 산문 (山門)에 들었던 사부는 여대생과 열애에 빠져 결혼이냐 구도냐의 갈림길에 서게된다. 1년 동안 결혼을 유예하고 세계 각지로 구도여행을 떠났던 그 승려는 마침내 열애로부터도 자유로와져 지금 '도박판의 보시' 를 받을며 홀로 세계를 떠도는 것이다.

작가 장산스님도 82년 불법 (佛法) 까지 떨치며 산문에서 일어나 맨몸으로 세계제국의 심장부 워싱턴으로 떠났다. 그곳서 만행하며 불자 3백명의 절을 지어놓고 90년 다시 빈몸으로 한국에 들어와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짓고 남 돌보기에 한창이다.

"첫째는 내가 지금까지 얻어먹은 밥값을 해야겠고 둘째는 이렇게 사는 삶이 인간이다고 발심 (發心) 을 일으켜 주고 싶었는데 이 두가지는 그럭저럭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 한 방편으로 소설을 택하게 됐습니다. "

인간의 욕망이 끝없이, 환상적으로 펼쳐진 라스베이가스를 관통한다면 결국 삶에도 도통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승려로서 정반대의 환락의 도시를 배경으로한 이유를 밝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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