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몸짓으로 그려낸 전염병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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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종 플루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전염병의 공포스러움을 생생히 그려내는 무용이 무대에 오른다. 25일과 2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사샤 발츠 무용단의 ‘게차이덴(Gezeiten·潮流·사진)’이 그것. 우연의 일치치곤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3막으로 구성된 공연은 전염병·화재·지진 등 3가지 소재를 주로 다룬다. 현대 사회가 직·간접으로 목격해왔던 처참한 재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무대 위엔 암흑·고요·혼란이 교차하며 화염과 연기가 난무한다. 남녀 무용수 16명은 극한 상황 속에서 불안감에 떠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다양한 포즈와 적나라한 표정속에 담아낸다. 파괴를 상징하는 갖가지 시각 이미지는 강렬할 수 밖에 없을 터. 그런데 음악은 고결함의 상징처럼 내려오고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역설의 미학인 셈이다.

안무가 사샤 발츠(46)는 최근 타계한 피나 바우슈에 이어, 연극과 무용을 결합시킨 독일 ‘탄츠테어터’의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화려한 미사 어구를 생략한 채 날 것 그대로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정공법 스타일이다. 국내엔 5년 전, 대담함이 돋보이는 ‘육체’라는 공연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02-2005-0114.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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