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음치에도 볕들 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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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서울 둔촌고 1학년 황준군. 김종서의 '겨울비' 를 열창한다. 음정이 심하게 불안하고 박자도 어긋나기 일쑤다.

음은 높아지는데 목소리는 제자리다. 그래도 노래하는 모습만은 흔들림이 없다. 무대매너도 최고. 대상을 차지했다.

같은 학교 구정모.이보람 학생. 김동률.이소은의 '기적' 을 혼성 듀엣으로 부른다. 호흡이 안맞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끝까지 성의를 다한다. 노래를 경청하는 급우들이 가끔씩 폭소를 터뜨리지만 격려의 박수도 잊지않는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노래방 기계가 널려 있어 사정이 다르지만 예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골치 거리는 노래. 가정.학교.직장 구분없이 노래를 못하면 놀림을 받기 십상이었다. 최근엔 음정을 잡아주는 음치클리닉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래를 못한다고 주눅들 필요가 있을까. 음치는 오히려 자리를 빛나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해낸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일. KBS2 '자유선언!오늘은 토요일' (오후5시50분)에서 3일부터 매주 '음치가요제' 를 선보인다. 코너 제목은 '자유선언 가요제' . '꼴찌에게 갈채' 를 보내는 셈이다. 대상은 전국 남녀고교생. 2회에는 서울 성수공고를 찾아간다.

김석윤 PD는 "음치 학생을 놀려대는 식으론 흐르지 않을 것" 이라며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펼쳐가는 무대로 만들 생각" 이라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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