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국회입성 한광옥 국민회의 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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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단 한명도 비난하는 이가 없는 사람. " 지난달 28일 구로을 재선 정당연설회에서 자민련 변웅전 의원은 국민회의 한광옥 (韓光玉) 부총재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DJ의 해결사' 韓부총재는 당선됐고, 다시 원내로 돌아왔다.

해결사란 별칭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에게 필요한 세가지를 풀면서 얻은 것. 90년 평민당시절 통일민주당과의 야당통합 협상.DJP 후보단일화.노사정 대타협이 그것들이다.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상대방이 미안해 할 정도로 참는다 (박광태 의원)" 는 그의 좌우명은 '역지사지 (易地思之)' . 그가 또다시 DJ의 특명을 수행할 것으로 보는 것도 제일 가는 그의 협상력때문. 그의 협상력은 '약속' 에서 나온다.

그는 고교입시때 부정행위를 하다 퇴장당했다.

중3때 입시걱정을 하는 친구를 위안한다면서 "재수가 좋아 네가 내 뒤에 앉으면 커닝을 시켜주마" 고 말했는데, 실제로 앞뒤로 앉게 됐다.

그는 감독관에게 경고를 받으면서도 답안지를 보여주다 시험장에서 쫓겨났다.

이게 전주 북중을 나온 그가 서울 중동고 (당시 2차) 로 진학하게 된 사연이다.

그의 별명은 '지퍼' .주요 협상때마다 입을 다물어서 생겼다.

"어려운 일을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외부에 누설하면 신뢰를 잃는다" 는 것.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다 '여론조사' 의 덫에 걸려 좌절한 뒤에도 윗사람과 주위에 악감을 표출하지 않았다.

'모질지 못하다' 는 평가도 있지만, 이런 자세가 주위의 신망을 모으게 하는 것도 사실.

서울대 영문과 (중퇴)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71년 신도환 (辛道煥.신민당) 의원의 비서관이 된 그가 DJ와의 인연을 맺은 것은 5공의 서슬이 시퍼렇던 82년. 민한당 초선의원으로 대정부 질문에 나서 수감 중이던 DJ의 석방을 요구한 게 계기.

85년 미국에서 귀국한 DJ가 그를 불러 "내 석방을 요구했다는 것을 청주교도소에서 들었다. 고맙다. 함께 일하자" 고 손을 내밀었던 것. 그의 보선 당선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그를 '지기지우 (知己之友) 이자 정치적 파트너' 로 불러온 김용환 자민련 수석부총재다.

두 사람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DJP 후보단일화 협상의 당사자. 金부총재는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인 내각제문제 등 많은 과제가 있는 시점에서 그의 원내 진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고 했다.

약속을 한 당사자와 약속이행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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