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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전사와 농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금세기 가장 뛰어난 역사학자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조르주 뒤비 (1917~96) 의 69년작 '전사와 농민' (최생렬 옮김.동문선.1만8천원) 이 번역.출간됐다.

뒤비는 마르크 블로크를 잇는 아날학파 2세대로서 정치.경제.종교.생활방식.전쟁 등의 기록은 물론 수목학.기후학.고전학 등 연구성과까지 총동원해 특유의 역사서술에 임한 중세사 전문가.

이 책 역시 사료부족으로 이견이 많은 7~12세기의 유럽 경제.사회사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역사해석으로 7~8세기는 유럽의 퇴행기. 하지만 뒤비는 이 시기를 12세기의 도약을 향한 전환기로 간주하는 고유의 역사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뒤비는 12세기말에 대해 "발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저해하는 문화모형으로서 봉건군주에게 충성하는 기사도 정신이 절정에 있었다" 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주들의 나태하고 호방한 삶을 예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기사들의 행태가 결국엔 농노해방과 원시적 자본축적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독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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