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 정국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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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3당이 각각 한곳씩 이긴 3.30 재.보선은 완승과 완패없이 정치적 공생을 가능케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의 얘기처럼 황금분할 구도인지도 모른다.

여권은 자기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안양시장 선거에서 2여 공조의 벽을 뚫고 승리한 만큼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불법.타락선거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극한적인 정국경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2여는 비록 안양시장 선거에서는 졌지만 의석 2석을 추가했으므로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당공조의 위력을 확인한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합공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이번 선거로 미뤄져왔던 정치개혁 협상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는 당장 이번주부터 자민련과 함께 공동여당 정치개혁특위를 가동시켜 정치개혁입법 여당단일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또 '젊은층 수혈작업' 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은 정권교체 이후 수도권 재.보선에서 첫승리를 거둠으로써 그간의 위축상태에서 벗어나 내각제 개헌 공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4월 1~2일 충남 당진에서 의원연찬회를 갖고 내각제문제를 부각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

2개 의석을 상실한 한나라당의 비주류는 이회창 총재 등 지도부의 부적절한 공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공산이 있다.

그러나 안양시장을 챙겼으므로 문책시비는 일단 미풍 (微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李총재도 내부단속을 위해 일단 관권.금권 부정선거를 부각시키고 여권의 젊은층 수혈론에 대응한 정국주도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청와대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재.보선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포함해 정치개혁 입법을 가속하겠다" 면서 여야 대화노력 의지를 보였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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